대한전자공학회 반도체·재료 및 부품연구회(회장 진국진 서울대 교수)가 28일 주최한 ‘한국 반도체산업의 진로 모색’ 심포지엄에 참석한 100여명의 국내 반도체 관련 관계자들은 “하이닉스 매각의 방법과 과정은 처음부터 잘못됐으며 산업 인프라 붕괴에 대한 대안 없이 무조건적으로 강행하려는 정부의 의도도 의심스럽다”고 비판의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정부가 시가총액 70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장비·재료업체의 진로와 전자정보기기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이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 채 하이닉스 매각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서울대 교수는 “지난 20년간 정부와 산업계·학계가 힘을 한데 모아 일궈놓은 세계 일류 산업을 경제논리도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에 매각한다면 수년 내 그 여파가 부메랑이 돼 우리 경제와 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후학이나 후손들에게 정당성을 주장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종민 KAIST 교수는 “우리 후손에게 남겨 줄 유산 중 유일하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이 바로 반도체”라고 강조했고, 이동기 서울대 교수는 “하이닉스 매각은 건전한 경쟁관계를 파괴해 삼성의 경쟁력까지 낮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비·재료업체 관계자들 역시 하이닉스 해외 매각은 고객이 줄어드는 1차원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선도기술 개발에도 어려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외국계 장비업체 사장은 “이제 본사 CEO들이 한국에 오기보다는 중국으로 가는 걸 보면 머지않아 한국은 주변국가로 밀려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중조 성원에드워드 사장은 “TFT LCD산업의 경쟁력은 반도체 전문기술과 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반도체는 향후 한국 IT산업의 필수적인 인프라”라고 지적했다.
4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이 오간 이날 심포지엄은 △산학 연계의 하이닉스 지원 △장비·재료업체들의 공동지분 확보 및 출자 △소액주주들의 대정부 건의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결의하고 끝을 맺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