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기다리던 ‘2002 한일 월드컵’의 팡파르가 울린다.
그리고 월드컵 개막에 맞춰 국제축구연맹(FIFA)이 특별 제작한 3D 애니메이션인 ‘스페릭스’가 극장 상영에 들어간다.
FIFA가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기획한 이 작품은 ‘2002 한일 월드컵’ 공식 마스코트인 외계 생명체인 아토, 니크, 케즈 등 3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축구를 사랑하는 종족들이 모여 사는 평화롭고 즐거운 세계 ‘스페릭스’. 이 미지의 세계에는 아트모스와 널머스라는 두 종족이 수십년간 치열한 적대관계를 유지하며 경쟁을 펼친다. 아트모스족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행복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낙관적인 심성의 소유자. 반면에 널머스족은 탐욕과 질투로 똘똘 뭉친 야비한 종족으로 등장한다. 아트모스족이 ‘선’이라면 널머스족은 ‘악’을 대변한다. 두 종족의 치열한 경쟁이 극도에 달하는 순간 스페릭스의 종족들은 ‘스페릭볼’이라는 축구경기를 창안한다. 그리고 스페릭볼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한구과 일본에서 펼쳐지는 한일월드컵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한다. 각 종족은 스페릭볼의 우승컵을 안고 한일월드컵에 참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를 펼친다. 치열한 예선과 본선 결과 결승전에서 만나는 팀은 바로 아트모스족과 널머스족. 결과는 널머스족의 비열한 공격과 수비를 현명하게 대처한 아트모스족의 승리. 우승컵을 안은 아트모스족의 선수와 임원진은 꿈에 그리던 인간세계의 월드컵에 참관해 한일월드컵을 축하한다는 내용.
‘수다맨’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성범과 성대묘사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심현섭 두 코미디언이 목소리 연기를 맡는 등 흥행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면모를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개봉일인 31일, 그리고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볼지는 의문이다. 월드컵의 열기에 흠뻑 빠져 있는 사람들이 극장을 찾는다면 호기심에 표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이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예상은 월드컵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과는 반대로 ‘스페릭스’와 공식 마스코트인 아토, 니크, 케즈 3인방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기 때문. 실제로 ‘붉은악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들 캐릭터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이들 캐릭터가 한국도 일본도 그렇다고 서양을 대표하지도 못하는 국적불명의 캐릭터로 그리 친근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딱히 축구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하기 힘든 스토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월드컵의 붐을 조성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에 월드컵이 개최되기 전에 미리 개봉했다면 오히려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에 개봉돼 오히려 흥행면에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