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2005](5)표준화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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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과 e비즈니스는 21세기 기업경영의 중심축이다.

 지리적인 시장은 이미 무너졌으며 교환되는 상품의 특성도 사라졌다. 모그룹 CEO가 21세기에는 ‘아내와 가족 이외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21세기 상품시장에서는 영역과 한계가 무너져버렸다. e비즈니스는 돈과 영수증만을 단순교환하는 수준에서 이 정보가 다시 내부 정보시스템과 연계돼 처리되는 협업단계(c-Commerce)로 우리의 상품교환경제를 발전시켰다. 이 때문에 공공 및 민간분야의 정보화 투자는 e비즈니스 인프라 구축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 쪽에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거두려면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다. 바로 표준화다. 글로벌 네트워크상에서 교환·거래 등을 목적으로 일어나는 e비즈니스는 표준화에서 시작해 표준화로 끝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의 e비즈니스 실패와 지연에는 반드시 표준화 미비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e비즈니스 표준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민간 중심의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을 주도해 e비즈니스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천기술과 표준화 전문가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업의 표준화에 대한 관심도 미비하다. 표준제정을 위한 국제 활동 및 연구개발 단계에서조차 표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 기업과 정부의 표준화 활동도 개별적으로 진행된다. 표준화 활동에서 얻어진 결과물들은 개별 사안에서 그칠 뿐 새로운 표준화 활동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e비즈니스를 위한 우리 기업의 표준화 현황도 저열한 수준이다. 기업간 온라인 거래를 위한 제품코드의 표준화를 완료한 기업은 불과 19.4%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e비즈니스 활성화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표참조

 표에서 나타났듯 우리나라는 e마켓플레이스간 표준화조차 이뤄내지 못했다. ebXML 등 세계적인 표준화 동향에 대응한 차세대 전자거래 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 대형 e마켓플레이스는 각각 상이한 외국산 B2B 솔루션으로 구축됐다. 이처럼 상호 호환성이 결여돼 있다. 판매자는 각 e마켓플레이스별로 전자카탈로그를 제작해 상품정보를 게시하는 등 비용 부담도 늘고 있다.

 e비즈니스 확산을 위해 거래정보들이 서로 다른 시스템간 막힘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전자문서, 카탈로그, 지불수단, 시스템간 인터페이스 등의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등한시 해왔다.

 지난해 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제정한 1219건의 단체표준 중 국내 고유표준 수는 254건으로 전체 대비 약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국제표준의 준거표준이고, 국내 고유표준도 국제표준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 많은 편이다. 우리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제안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70,80년대에 외국기술을 그대로 들여와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구했다. 이 기간 우리기업은 원천기술 축적보다는 선진기술을 모방·답습하는 기술개발 전략을 구사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정보화·지식화 시대에도 이같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OECD 권고기준에 따른 ‘경제적·사회적·목적별 연구개발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IT부문에서 상품화 관련 연구인 ‘산업개발진흥’의 경우 31.5%에 이른 반면 기초연구 성격인 ‘전반적 지식증진’에 대한 투자는 20.9%에 그쳤다. 국내 기업이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상품화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대다수 IT관련기업 입장에서 보면 국제표준을 수용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판로를 개척해 기업을 경영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국제표준 자체를 선점할 수 있는 요소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라는 것은 공허한 원칙론으로 들릴 수도 있다. 더욱이 표준화 작업은 전적으로 기술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도 아니라 세계 경제나 시장에서의 국가간 헤게모니 경쟁 등과 연관된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까지 고려하면 차라리 국제표준 제정 동향을 파악해 발빠르게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연구개발 기본 전략이 상품화 기술개발을 통한 단기적 성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국제적인 표준으로 자리잡을 만한 고도 원천기술의 개발로 연계되도록 할 때 기술 종속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과 같은 기술패권주의 시대에서 표준은 곧 시장지배력을 의미한다. 표준화 추진뿐만 아니라 그러한 표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야말로 국내 e비즈니스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연구개발과 표준화를 어떻게 결합해야 할까.

 정부 역시 ‘차세대 e비즈니스 기반구축 전략’ ‘차세대 e비즈니스 기술개발 계획’ ‘차세대 e비즈니스 표준화 정책방향’ 등 국가 e비즈니스 기반구축과 기술개발 및 표준화에 관한 종합 정책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정통부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2005년까지 전세계 e비즈니스 솔루션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하고 e비즈니스 분야의 선도국가 및 국제 표준화를 선도하는 중심 국가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방법이다. e비즈니스는 메시지 전송, 전자지불, 인증·보안 등 다양한 정보기술과 프로세스 통합 등 여러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분야다. 범국가적 e비즈니스 기술·표준 분류체계를 확립해 기관간 긴밀한 협조를 통해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기술개발과 표준화 주도대상은 당연히 민간기업이다. 다만 현재 국내 기업의 현황을 고려해 볼 때 우선은 정부 주도로 추진을 시작하되 점차적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는 현실적인 접근방법도 요구된다.

 표준화 문제는 e비즈니스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표준화가 선결돼야만 e비즈니스 세상을 열어갈 수 있으며 우리 기업의 성장도 가능하다.

 e비즈니스 원천기술 개발과정에 정부와 민간기업간의 협력과 역할 정립은 중요하다. 기업은 전략적 투자와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정부는 민간의 노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현실화나 지원정책의 활성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물론 주도세력은 당연히 민간기업이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민간기업의 현실과 비전을 담보할 때만이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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