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공작기계 수치제어장치(CNC)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국내 CNC산업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이달 자체 CNC모델 ‘FARA-SNC’의 제조생산을 중단하고 관련 연구조직도 해체, 지난 91년 시작한 공작기계용 CNC사업을 공식적으로 접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구조조정 차원에서 산하 메카트로닉스센터의 PLC·인버터 사업을 미국 록웰오토메이션에 매각하는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분야를 과감히 정리해왔는데 CNC사업도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1년 CNC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총 1200여대의 자체 CNC모델을 국내 업계에 공급하고 한국형 NC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등 한국 CNC기술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으로 활동해왔다.
공작기계업계에선 삼성의 CNC사업 철수가 최근 자리를 잡기 시작한 국내 CNC시장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NC공작기계연구조합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축적해온 국산 CNC기술이 사장되는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면서 “삼성측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국내 CNC분야에 장기적인 투자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작기계류의 핵심부품인 CNC컨트롤러는 현재 일본 파낙, 독일 지멘스 등 외산 제품이 내수시장을 석권한 가운데 국산품 비중은 7∼8%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삼성전자의 사업 철수로 국내 NC제조업체는 터보테크와 한국와콤전자만 남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800여대의 CNC를 공급받아온 공작기계업체 스맥(삼성항공 계열사)은 하반기부터 외산 CNC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파낙·지멘스 등 외산 CNC업체들이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CNC사업 철수와 관련 자체 CNC모델인 ‘FARA-SNC’의 생산권과 제조설비를 자동화기기 AS 전문업체 윈텍시스템에 양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윈텍시스템(대표 정용욱)은 지난 99년 삼성전자 생기센터의 AS파트에서 분사한 벤처기업으로 삼성전자의 CNC제품과 자동화로봇, PLC분야 AS업무를 수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