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주제-정보통신 표준화 전략

사회:한상기 미래모임 회장(벤쳐포트 대표) 

   

 ◇사회=그간 미래모임에서 차세대 표준화와 관련된 토론을 하자는 회원들의 의견이 많았다. 오늘 포럼에서 한국정보통신 표준의 문제점과 발전방향,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IT 표준화 추진전략, 정보통신 표준화 사업 등에 대한 발제가 이뤄졌다. 업계, 정부, 학계가 느낀 표준화 관련 문제와 현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장병수(KT 팀장)=오늘 표준화에 대한 발제는 매우 의미가 깊은 내용이다. 단순한 기술개발에서 적극적인 표준화 전략의 수립이 우리의 과제라는데 공감한다. 우리의 표준화 과정은 4, 5년전 유럽이 겪었던 상황과 유사하다. 표준화는 원천기술 개발과 결부돼 일어난다. 원천기술에 대한 확보 없이 국제 표준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례로 최근 정보통신부문에서 각광을 받는 cdma1x서비스에 우리의 원천기술은 거의 없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의 cdma1x는 퀄컴의 표준 테스트 베드가 되고 있다. 삼성의 이동통신부문에서 흑자를 거두는 곳은 대부분 GSM부문이다. 가슴아픈 일이지만 국제화된 표준이 없으면 수익을 갖지 못한다.

 ◇이준수(맥슨텔레콤 부사장)=과거에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가 비교적 용이했다. 또한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은 여건이어서 국가 기관이나 산업체, 학계 등에서 토론을 거쳐서 표준을 선정하고 산업체들이 정해진 표준에 준하여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일상적인 패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표준의 중요성은 신기술 개발과 매우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표준을 선정하는 경우 산업체의 입장을 더욱 반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구(코인텍 대표)=특허와 표준화는 국제적 활동을 전제로 한다. 부존자원 없고 작은 시장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업들은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해야만 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 수출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방어적인 국내 특허취득보다는 적극적인 국제활동을 벌여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이 이같은 국제 표준화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외국기업과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더러 국제 표준화 활동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에 진출한 힘있는 다국적기업과 국제활동을 펼치면 성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무난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정태명(성균관대 교수)=학계에서 연구개발과정에서 논문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몇편의 논문을 썼느냐보다는 어떤 논문을 썼느냐가 중요하다. 논문의 질과 영향력을 고려한 평가가 이뤄질 때만이 국제 표준화, 국제 특허와 연관될 수 있다. 연구 풍토의 개선이 시급하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생사는 표준화와 매우 깊숙이 관련돼 있다. 연구개발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있는 표준화를 만들어 내고 이에 대해 표준화 작업을 시도하는가가 중요하다.

 최근 정부가 150여명의 표준화 인력 양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표준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단순한 수보다는 어떤 인력이 어떤 영향력을 지닌 표준화를 만들어내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의 표준화 작업과정에서 외국에서 이미 만든 표준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표준안을 다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표준화작업은 실적 중심의 표준화 정책일 수밖에 없다. 어떤 전문가가 어떠한 표준화과정에 매달리느냐 그리고 그 전문가의 활동을 어떻게 보장해주는가가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보다는 적극적으로 표준화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기업인력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기식(ETRI 표준연구센터장)=150명의 전문가는 필요없다. 미국에서 표준화에 활동하는 인력은 100명에 불과하다. 문제는 전문가의 활동이 얼마나 강력하느냐다. 많은 수를 뽑아 예산을 나눠주는 것보다 적정한 수에 집중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기업인력의 참여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김낙명(이화여대 교수)=표준화에 대한 교수 참여는 시대적인 요청이었다고 본다. 산업사회에서 표준화는 그다지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따라서 기업의 참여가 적었다. 최근 기업에서 특허, 표준화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인력의 표준화 참여도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더 증가될 것이라고 본다.

 ◇박기식(ETRI 표준연구센터장)=표준화에서 파트너 관계정립은 큰 의미를 갖는다. 또 다른 측면은 기술개발후 특허를 어떻게 표준화작업에 반영하는가가 중요하다. 실제 국제기구에서 표준화작업을 해보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일례로 외국과 표준화작업을 하면 표준화에 참여한 각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국력이 약한 우리나라는 이러한 균형맞추기에서 소외되기 일쑤다.

 이 과정을 놓치면 결국 우리는 국제 표준화에서 소외되고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기업들이 고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표준화과정에 적극 참여하면 향후 엄청난 로열티를 들여 기술을 수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먼저 참여하면 로열티의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기업들이 국제 표준화과정에 참여해 사전에 선진기업과의 유대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낙명(이화여대 교수)=그렇다. 기업의 개별 접촉보다는 국가의 입장을 정리해 포괄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히다. IMT2000의 경우 표준화작업이 상당부문 지연되고 있다. 표준화 저문가들은 표준화를 하려해도 새로운 연구개발결과를 내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서진구(코인텍 대표)=기업에서 특허나 표준화활동을 하는 사람은 해당 기업에서 소외돼 있다. 기업이 단기적인 수익성에 매달리다 보니 장기적인 표준화 활동은 등한시된다. 표준화 활동인력에 대한 예산,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특허나 표준화 활동에서 외국인들은 대학교수가 나오면 의아해한다. 표준화 과정도 다양하다. 표준화 활동의 성격에 따라 참여를 구분해야 할 것이다.

 표준화 과정에서는 조직내에 사교모임들이 많다. 이러한 사교모임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표준화과정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 외국에서는 벤처기업들이 표준화에 대해 신경을 쓴다. 벤처기업도 표준화에 대해 신경을 써야하지만 해외 표준내용을 신제품에 빨리 적용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내용을 표준화 활동에도 넣어야 할 것이다.

 ◇오재철(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벤처 입장에서 보면 실제 등록할 원천기술이 없다. 따라서 등록할 만한 개발품을 만들 수 있는 패러다임이 중요하다. SI업체들은 기술개발보다는 대형SI업체들의 하청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SW개발이 아니라 건설사처럼 대형 사업을 떠맡아 처리하는 하도급관계로 구축되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표준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국제 표준을 따르는 것도 필요하다.

 ◇박기식(ETRI 표준연구센터장)=벤처기업이 직접 연구개발에 참여하기보다는 정부출연연이 연구개발을 하고 이 기술을 가져가 신제품을 만드는 체제가 좋다고 본다.

 ◇하원규(ETRI IT정보센터장)=미래 표준화 동향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비쿼터스 세계에서 단말기는 각 개인이 한 대의 PC나 휴대단말기를 갖는 시대에서 한 사람이 여러대의 단말기와 복수의 어드레스를 갖는 시대로 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수많은 단말기의 연동과 어드레스간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표준의 문제다. 이 경우 기존의 가전제품, 통신제품, 공산품간에 표준의 충돌문제도 예상된다. 미래 표준화 문제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장을 강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실리콘밸리에서 ‘표준화는 이노베이션의 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표준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볼 문제다. 장시간 토론에 임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