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국 대만에 추월 위기

대만, 올 생산액·매출면에서 앞지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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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은 이미 넘기 어려운 벽(?)’.

 한국이 하이닉스 처리문제를 놓고 주춤하는 사이 대만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지난 2000년 생산능력과 생산량에서 한국을 앞지른 데 이어 올해는 총생산액과 매출 면에서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D램 수요와 가격변동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이처럼 대만이 생산액과 매출에서까지 한국을 넘어서게 되면 중국 반도체산업이 제 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명실상부한 리딩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D램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시스템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만에 대응할 수 있는 CDMA·디지털TV·셋톱박스 등 디지털 컨슈머 분야의 시스템온칩(SoC)산업에 보다 집중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각종 기준 수치에서 대만이 한국 앞질러=가트너데이터퀘스트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대만은 이미 2000년부터 반도체 일관생산공정(Fab) 생산능력에서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대만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5억8400제곱웨이퍼인치로 전년보다 52% 증가한 반면 한국은 4억3200제곱웨이퍼인치로 11% 상승에 그쳐 대만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또 IMF이후인 지난 98년부터 대만이 반도체산업에 대한 투자부문에서 앞질렀으며 경제회복이 된 이후에도 투자금액에 대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투자액은 대만의 64% 수준인 36억달러에 머물렀다.

 이밖에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한국은 삼성전자·하이닉스·아남반도체 등 대기업 위주로 편성돼 있는 반면 대만은 10여개의 업체가 반도체 일관생산라인을 바탕으로 미세공정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비아·SiS 등 중소 팹리스업체들의 경쟁력도 우세해 한국이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열세라는 지적이다.

 ◇총생산액도 위협=다행히 반도체 총생산액(매출)은 아직 우리나라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97년 103억달러의 총생산액으로 대만의 54억달러보다 2배가 넘었던 격차가 99년 39억달러, 2000년 35억달러, 그리고 지난해에는 10억달러로 매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대만의 생산능력이 한국을 앞서고 투자도 확대되고 있어 총생산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을 앞지르는 시기가 의외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께면 대만이 추월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지난해 TSMC와 UMC의 매출 합계가 이미 삼성전자를 능가했고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세도 올해 33%, 2006년까지 평균 24.6%로 예상되는데다 난야·파워칩세미컨덕터 등 D램업체들도 빠르게 한국을 쫓아오고 있다.

 자료를 분석한 가트너코리아 김창수 이사는 “생산능력과 투자액, 미세회로 공정 등을 종합해보면 대만이 총생산액 면에서 한국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한국은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응방안=업계에서는 하이닉스 문제를 포함해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략적인 청사진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D램 분야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투자와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결합하는 SoC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사업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중조 성원에드워드 사장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TFT LCD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정부와 산업계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만을 이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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