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격차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20세기 후반 정보기술 혁명으로 야기된 전통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의 급격한 변동은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계층이 정보를 확대·재생산해 사회적 부를 독점하는 사이에 그렇지 못한 계층을 주변부로 전락시키는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했다.
정보사회의 소외계층 혹은 취약계층은 중장년층을 비롯한 노인과 여성, 장애인, 농어민, 저소득층을 포함한다.
하지만 이들 소외계층을 위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함은 물론 정보접근을 위한 특수 장비와 정보화 교육, 컴퓨터 등 정보기기 보급과 관련된 법·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특히 노인과 장년층은 여성과 장애인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정보화 소외현상을 겪고 있다.
그동안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 노력은 범국가적 혹은 전사회적으로 차근차근 진행돼 이들에 대한 정보격차는 하루게 다르게 해소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지난 2000년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주도한 실버넷 운동이 전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노인 계층이 처한 정보격차 문제의 심각함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 수준에 육박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발간한 ‘인터넷 이용자 및 이용행태’에 대한 백서를 보면 우리나라 50세 이상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은 불과 5% 수준이다. 이는 소위 네티즌이라 불리는 10∼20대와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노인과 장년층의 정보화 소외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보사회에서 풍성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 인터넷과 컴퓨터가 필수 요소로 등장했지만 컴퓨터 및 인터넷 교육을 받은 노인은 전체 노인 인구의 3%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노인이나 장년층의 정보화에 대한 열기는 다른 계층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일례로 실버넷 운동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2000년 11월 청와대와 정통부 홈페이지에는 교육 실시를 요구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호소로 가득 채워졌을 정도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기업, 학계가 앞장서서 이들 장년층 이상의 정보화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의 정보화 소외 현상도 심각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장애인 인터넷 이용 인구는 전체 장애인의 약 7%, 컴퓨터 보유율은 11%, 정보화 교육 경험은 15.5%에 그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이용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이고 컴퓨터 보급률이 80%대인 점을 감안하면 장애인의 정보격차는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장애인은 현재 정보화 혜택을 누리기에 앞서 컴퓨터와 관련 기기 등에 대한 접근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관련 기기가 정상인 위주로 제작돼 각종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이에 여러 가지 장애유형에 맞게 설계된 장애인 전용 보조기기들이 판매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고가라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다.
또 장애인의 정보통신 서비스 이용을 위해 정보통신 기기의 보급도 중요하지만 전자문서 및 웹사이트 등 정보내용물에 대한 접근성도 보다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및 전자문서, 웹사이트를 읽어줄 수 있는 음성인식 시스템과 지체 장애인의 문서 입·출력을 지원하는 도구 등은 장애인의 정보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등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정보화 보조기기를 재활보조기구로 인정해 정부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이런 보조 장비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시장규모가 적다는 점 때문인 것을 고려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 지원할 경우 시장 활성화와 장애인 정보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성 인터넷 인구 비율은 이미 전체 여성의 절반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정보접근 환경은 여전히 남성들에 비해 취약하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지난해 여성의 정보화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보역량이나 능력면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없으나 남성과 비교해 정보접근 이용 측면에서는 우려할 만큼 차이가 나고 있다.
여성들은 주로 정보검색, e메일 및 채팅 등을 목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정보의 교류 및 확대, 재생산과는 다소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여성에 대한 정보화 교육이 절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동시에 다양한 활용 사례를 바탕을 실질적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지식과 정보의 활용은 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 필수 요소로 등장했다. 하지만 정보에 대한 접근 및 이용 빈도에 따라 계층간 정보격차는 점점 확대·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보이용 측면에서 취약한 계층에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더 많이 제공하고 수월한 정 활용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 게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보시대에 모든 사회 구성원의 보편적 정보접근, 생활친화적 정보활용, 주체적 정보향유가 가능한 정보복지사회 구현을 위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