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2부(2)유비쿼터스 정보기술(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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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와이저에 의해 처음 제시된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은 그가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는 단순히 물리공간에 편재된 컴퓨팅과 네트워킹을 상상했다. 그러나 컴퓨팅 기능과 네트워킹 기능이 이식된 물리공간은 더 이상 기존의 물리공간으로 남을 수 없었다. 지능화된 물리공간은 전자공간과 융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전자공간과 결합된 물리공간은 와이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제3공간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제3공간이 새로운 문명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면, 그 공간을 떠받쳐 주는 기술을 포괄해 유비쿼터스 정보기술(UIT:Ubiquitous Information Technology)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은 정보기술(IT)의 한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UIT는 정보기술과 물리기술을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이다. UIT는 물리공간에 산재해 있는 정보를 디지털화시킬 뿐만 아니라 전자공간에 가득한 정보를 물리공간으로 투영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제3공간의 토대가 되는 UIT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첫째는 전자공간을 물질화시키는 측면이며, 둘째는 물리공간을 전자화시키는 측면이다. 이처럼 물질화된 전자공간과 전자화된 물리공간이 서로 만날 때 비로소 제3의 공간이 탄생한다.

 물리공간을 전자화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 바로 센싱 기술이다. 센싱 기술은 물리공간에 존재하는 상품과 사물, 그리고 사람의 존재와 그 정보를 인식하고 이를 전자공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GPS로 대표되는 위치추적 기술은 인식된 물리적 대상이 물리공간상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추적한다. 센싱 기술과 위치추적 기술은 물리공간의 좌표에 존재하는 사물을 전자공간의 데이터베이스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보가전은 물리공간에 홀로 존재하는 전기기기들을 전자공간으로 연결시킨다. 냉장고·에어컨·전기히터·세탁기·보일러·욕조·형광등·감시장치 등 거의 모든 전기기기들에 컴퓨팅과 네트워킹 기능이 이식된다. 인터넷에 연결된 가전기기들은 인터넷으로 통제된다. 아울러 스마트한 정보가전들은 스스로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스마트 냉장고는 상한 음식에 관한 정보를 e메일로 보내고, 가정적인 주방기기는 집주인에게 언제 귀가할 것인지를 물어본다. 정보가전은 집안 구석구석을 전자공간화시키는 교량의 역할을 맡는다.

 또한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와 같은 초소형 정밀기계는 물리공간의 구석구석을 전자공간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물리공간에 이식된 칩과 초소형 디바이스들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버릴 것이다. 교량에 다량의 칩을 이식함으로써 교량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가 된다. 물리공간에서 육중한 무게를 지닌 교량은 전자공간상에서도 방대한 정보 덩어리로 존재한다.

 이처럼 물리공간이 전자화될수록 전자공간의 영토는 빠르게 확산된다. 더 이상 기존 주소체계로 전자공간의 구획을 나눌 수 없게 된다. 과거에는 한 가정에 하나의 인터넷 주소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수십개의 정보가전에 수천개의 칩이 집안 곳곳에 이식될 경우 요구되는 전자공간의 주소는 수천배에서 수십만배로 늘어난다. 따라서 32비트의 길이로 제한된 기존 Ipv4 인터넷 주소체계는 폐기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128비트의 길이를 지닌 Ipv6 주소체계가 새로이 등장하는 제3공간의 주소체계로 자리잡을 것이다.

 수천, 수만개의 IP 주소들을 선으로 연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들 주소들은 무선ID 에서 블루투스에 이르는 다양한 무선방식에 의해 연결될 것이다. 그만큼 무선인터넷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무선인터넷이 표준으로 정착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포스트 PC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휴대폰과 PDA가 융합됐듯이, 전자종이에 워드 프로세서의 모든 기능이 이식될 것이다. 무선으로 연결된 다양한 인터넷 디바이스들과 정보가전들에 의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결합은 더욱 가속화된다.

 물리공간의 사물들이 전자공간으로 송신되고 전자공간의 정보들이 물질 세계에 투영되면서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 구현되고 있다. 기존 전자공간에서는 고도의 정보를 집적함으로써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을 창출했으나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이 융합된 제3공간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구체화된다. 현실을 증강시키는 안경을 끼고 건물을 수리하는 사람은 물리공간에 존재하는 건물 모습은 물론이고 전기배선도·상하수도·통신선 등에 관한 정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은 물리공간에 편재돼 있는 컴퓨팅과 네트워킹을 강조한다. 물리공간 어느 곳에서라도 전자공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래 정보기술 발전의 무게중심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동안의 정보기술은 초고속망을 구축해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속도뿐 아니라 접근의 다양성도 중요하다.

 따라서 미래 정보기술과 산업의 성장 궤도도 빠른 속도보다는 다양한 접근성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벽 속에 숨어 있는 칩으로부터 벽을 통과하는 무선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개방된 기술만이 제3공간의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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