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켓코리아 현만영 사장
제목 : 불의 문
저자 : 스티븐 프레스필드
출판사 : 들녁
초판일 : 1999년 7월
‘그리스’라고 하면 우리는 주로 서구·유럽 문명의 근원이 된 ‘아테네’나 혹은 헬레니즘 제국을 세운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를 떠올리게 된다. 스파르타는 오늘날의 ‘스파르타식 학원’에서 볼 수 있듯 비인격적인 훈련의 상징이며 타파해야 할 전체주의 혹은 획일성의 대명사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스파르타인들이 그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고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해왔는지에 대한 것은 잊혀져 버렸다.
스티븐 프레스필드의 ‘불의 문’은 잊혀졌던 스파르타인의 치열한 삶을 마치 동시대 사람이 옆에서 관찰하듯이 보여주며 망각에서 되살려 냈다. 더욱이 기업경영인이 가슴에 새겨둬야 하는 ‘성공을 위한 철저한 준비’라는 금과옥조마저 전해주니 일석이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기원전 546년부터 기원전 448년까지 거의 100년에 걸친 그리스 도시 국가들과 페르시아 사이의 전쟁에서 가장 처절했던 테르모필레 전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기원전 490년 마라톤에서 그리스연합군에게 패한 다리우스의 페르시아군은 본국으로 철수했지만 10년 뒤 그 아들은 훨씬 큰 규모로 다시 그리스 본토를 침공한다. 도시 국가들로 흩어져 있던 그리스가 다시 페르시아에 맞서 싸울 연합군을 구성하기도 전에 페르시아의 크세르 대왕이 이끄는 200만 대군은 그리스 본토로 빠르게 진군한다. 이에 그리스 연합군을 구성할 시간을 벌고자 300명의 스파르타 군대가 테르모필레 고갯길로 급파된다. 이 곳은 그리스로 들어가는 길목이면서 협소한 골짜기여서 페르시아 기병부대를 방어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이 곳에서 스파르타 군인들은 7일 동안 무기가 다 부서져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침략자들에게 저항, 페르시아군의 예봉을 꺾는다. 이들은 모두 전사하지만 그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그리스인들은 스파르타인들이 보여준 대담한 용기와 불굴의 투혼을 받들어 단합했다. 그 뒤 살라미스 해전과 플라타이아이 전투에서 페르시아군을 물리친다. 그리스는 테르모필레 전투를 통해 동방의 전제군주정치와 서구의 민주정치가 맞붙었던 싸움에서 이김으로써 소멸할 뻔했던 민주주의와 자유의 꽃을 피워 후대에 물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테르모필레 전투는 전체 분량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항상 전투를 준비하는 스파르타인의 정신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흔히 말하는 스파르타식 훈련이 가혹하리 만큼 전개된다. 스파르타의 소년들은 10세 무렵이 되면 ‘아고게’라 불리는 집단 병영 훈련생활을 하게 된다. 10여년간 지속하게 되는 이 훈련은 ‘단지 피를 조금 덜 흘리는 전쟁’이라고 할 만큼 실제 전쟁과 다를 바 없을 만큼 혹독하다.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자신의 명예와 가족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할 수 있는 정신적인 힘과 절제, 판단력을 기르는 것 또한 교육의 중요한 과정이 된다. 이들은 10년간 건강한 신체와 이를 다스릴 수 있는 강한 정신을 길러낸다. 이렇게 길러진 스파르타 군인들은 테르모필레 전투와 같은 죽음만이 기다리는 전투에서도 한치의 물러섬 없이 맡은 바 역할을 다 할 수 있었다.
수백만의 적군을 수백명의 군사로 대적한 그들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렇게 초연할 수 있었던 힘은 이와 같은 평소의 준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스파르타인의 진지한 삶의 자세는 항상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깨우치고 배워야 정신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 시대의 스파르타인들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또 최선의 결과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예시하며 읽는 이의 고개를 숙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는 다른 분들도 어려운 고난에 굴하지 않고 이겨 나갔던 스파르타인의 힘의 근원을 찾기 바란다. 한가지 더 사족을 달자면 이 책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할 만큼 재미있는 서사 소설이다.
(hyunmy@imarket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