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TV 애니메이션 편성시간을 축소해 애니메이션업계가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지난 5월까지 지상파 방송의 애니메이션 시청률은 전년동기 대비 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코리아미디어가 2001년 1월부터 26일까지 KBS1·KBS2·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애니메이션 149편에 대한 시청률을 조사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률 추이’ 조사결과에서 이같이 밝혀졌다.
업계는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 하락으로 애니메이션의 편성시간을 줄이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으나 방송사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BS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애니메이션을 편성하는 시간대는 다른 프로그램이 들어가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특히 시청률이 편성정책을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청률 얼마나 줄었나=올들어 5월까지 TV 애니메이션의 주 시청 연령층인 4∼9세와 7∼12세의 시청률은 각각 7.2%와 6.4%로 지난해 전체 평균의 8.7%와 7.7%에 비해 각각 1.5%와 1.3%포인트 줄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2∼3%포인트가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들어 1월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4∼9세와 7∼12세의 시청률 모두 5월이 1월보다 4% 이상 줄었다.
방송사별로 보면 4∼9세 시청률의 경우 MBC가 전년 평균에 비해 0.2%포인트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KBS1·KBS2·SBS 모두 적게는 0.4%포인트에서 많게는 4.2%포인트까지 하락했다. 7∼12세 시청률도 비슷한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청률 왜 줄었나=방송사와 업계는 시청률 감소의 요인으로 크게 3∼4가지를 꼽는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TV 애니메이션을 보려는 어린이들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어린이들은 방송사들이 애니메이션을 편성하는 시간대인 평일 오후 4시∼6시 30분 시간대에 사교육을 받거나 온라인 또는 PC게임을 즐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슬램덩크’ ‘탑블레이드’ ‘포켓몬’ 등 대작 애니메이션이 종용되면서 이들 작품을 이을 대작이 없다는 것과 방송사들이 월드컵과 대통령 선거 등으로 애니메이션 편성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청자를 많이 잃은 것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애니메이션을 편성하고 있는 케이블 빛 위성방송사들이 공격적인 작품 편성으로 시청자들을 많이 흡수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 및 위성방송사인 투니버스의 경우 올들어 시청자가 크게 늘어나 시청률이 전년 동기에 비해 2∼3배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방송사의 반응=방송사들은 시청률 하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SBS의 애니메이션 담당 PD는 “신학기에 들어가면 의례적으로 시청률이 내려가서 그러려니 했으나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KBS의 만화영화팀 관계자도 “시청률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4월 오후 6시대로 편성을 옮겼으나 여전히 부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업계는 지상파방송 TV 애니메이션의 시청률 감소세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번 시청률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일반적으로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면서 “대작 애니메이션이 등장해 어린이들을 다시 TV 앞에 앉히지 않는 이상 시청률이 쉽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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