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호국의 달’이다.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정보문화의 달’이다.
올해로 15년째다. 지난 87년 6월 30일 우리 전기통신 역사의 새장을 연 전국전화자동화가 완성돼 전화 적체가 해소된 달이다.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우리나라 첫 컴퓨터 ‘IBM1401’을 설치한 것은 25년 전 이달이다.
이래저래 6월은 ‘정보문화의 달’로 손색이 없다.
특히 올해 맞는 ‘정보문화의 달’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올들어 이동전화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도 하반기 중 1000만명을 돌파한다. 정보기술이 전국민의 생활 속에 이미 자리잡았다.
이번 ‘정보문화의 달’의 주제로 ‘e라이프, 디지털 세상속으로’를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민의 정보이용 생활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도 좁다. 이제는 세계로 향한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월드컵 축구대회는 새로운 전환점이다. 180개국 25억 인구가 지켜볼 ‘축제’를 통해 우리의 IT기술과 문화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지구촌 관객들은 다양한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한 월드컵과 관련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한국을 지켜보며 새로운 디지털 강국의 탄생을 보게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보문화의 달’은 명실상부한 ‘IT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순간을 앞두고 맞는 행사라는 점에서 뜻깊다. 전체 행사는 총 71개에 이른다. 정부와 산하기관, 유관단체 등 49개 기관이 참여한다.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초점을 맞춰놓았다. 상당수 행사가 일상생활에서 정보화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일단 월드컵으로 국민들이 많이 찾을 상암동의 ‘월드컵 경기장역’에 가보자. 월드컵 관람객들이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예술작품 앞에 늘어서 있다. 특히 외국 관광객들은 우리의 앞선 IT기술에 내심 놀라는 눈치다.
이들은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는 디지털방송에 또 한번 놀란다. 방송 선진국인 미국보다 앞서 데이터방송이 나오기 때문이다.
생활속의 정보화가 얼마만치 와 있는지 ‘정보문화의 달’행사를 보면 알게 된다.
전국 7개 체신청에 가면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보검색대회를 펼친다. 오는 18일 과천 정보나라 전시관에 가면 백발의 노인들이 온라인으로 바둑을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오는 26일 상공회의소에선 ‘사이버시대의 실버넷 문화현황과 확산방안’을 놓고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육군 제1야전군 사령부에선 장성한 장병들이 땀흘리며 정보능력을 겨루는 모습도 보게될 것이다. 이밖에 오는 24일 전남대학교에선 ‘제 13회 초중고등학생 컴퓨터 경진대회’가 열리며 7월 6일엔 그동안 컴퓨터 영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큰 몫을 해 온 ‘한국정보올림피아드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방 주민들도 각 지방체신청과 대학 등에서 열리는 다양한 정보문화 행사에 참여하면서 지방이 정보화의 소외지역이 결코 아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보문화의 달’이 이같은 일과성 행사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도 무시할 수 없으나 앞으로 어떻게 정보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일류 IT국가로 만들 것인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재철 한국IBM 사장은 오는 10일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 참석해 ‘기술과 경영의 만남’ 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어떻게 해야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지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보통신 기술이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는 각종 학술행사도 풍성하게 열린다. 이미 지난 5월 29일과 30일 미래 IT환경과 기술을 조망하는 ‘멀티미디어 기술로드맵 워크숍’이 열렸으며 오는 27일과 28일엔 호텔롯데월드에서 세계 IT전문가들이 모인 ‘IT21국제콘퍼런스’가 개최된다.
특히 주목할 행사는 정보통신부와 OECD가 3일부터 7일까지 잇따라 개최할 정보통신정책회의다. OECD회원국은 물론 비회원국의 정책 담당자, 산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초고속인터넷을 비롯한 한국 IT의 성장비결과 이에 기반한 향후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행사는 우리 IT산업의 발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우리산업의 해외진출과 국제협력을 과시하는 자리인 동시에 이렇게 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새삼 우리를 되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