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으로 떠들썩하다. 31일 개막한 월드컵은 역대 어느 대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국제적인 행사라는 평가다.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의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자상거래 업체로 잘 알려진 인터파크도 이번 월드컵이 무사히 치러지는데 일익을 담당한 숨은 주역이다. 월드컵 입장권 국내 판매라는 중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 월드컵사업본부를 맡은 이상규 부사장(37)이 느끼는 월드컵 개막은 그래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판매 대행 권한을 딴 이후 하루하루가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국제적인 망신까지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인터파크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인터파크에 맡겨진 입장권은 70여만장. 주최국인 한국에 배정된 140여만장의 입장권 가운데 정확히 절반이다. 나머지 70만장은 FIFA의 또 다른 판매 대행사인 바이롬사가 맡았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2월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해 현재까지 전체의 80%에 달하는 입장권을 소화했다. 이 덕택에 인터파크는 바이롬사에 배당한 나머지 입장권도 맡을 정도로 FIFA와 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기대 이상으로 입장권을 판매한 데는 앞선 국내 IT인프라와 기술이 한몫 했습니다. 전체 입장권 중에서 인터넷으로 판매한 규모가 60% 정도입니다. 높은 인터넷 이용률와 앞선 인프라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사장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새삼 ‘정보강국 코리아’가 빈말이 아님을 깨달았다”며 대단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우리는 불과 수초만에 온라인 예약이 이뤄지는데 반해 바이롬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3일이 걸릴 정도로 기술 수준에 차이가 났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에 맡겨도 몇 시간이면 끝날 경기장 좌석 도면 전산화 역시 쉽게 해결하지 못해 인터파크가 나서서 도움을 줄 정도였습니다.”
이 부사장은 “IT 분야에서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지역과 비교하면 단연 우리가 한수 위”라며 이는 단순한 기술 차이가 아닌 일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업무 수행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인터파크는 월드컵이 개막됐지만 여전히 24시간 비상 체제다.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입장권 업무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손이 모자라 티켓 사업본부뿐 아니라 지원 부서 인력이 총동원된 상태다. 하지만 이렇게 고생한 만큼 정작 수익면에서는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췄다며 의외로 담담한(?) 분위기다.
“사실 사업권을 딸 때부터 적자도 감수할 생각이었습니다. 국가 행사고 큰 이권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막판에 예약고가 올라 적지만 흑자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인터파크는 서서히 국제 무대로 눈을 돌릴 예정이다. 이상규 부사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얻은 것은 ‘자신감’이라며 “IT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평소 소신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힘주어 말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