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을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와 이를 개발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쌀독이 비는 일이 없도록 하는 철저한 경영 마인드를 갖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살림꾼입니다.”
지난 90년대 초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시작해 IT 업계에서는 흔치않게 10년이 넘게 장수하고 있는 한메소프트의 이창원 사장(37).
이 사장의 대학시절을 살펴보면 IT 업계로 진출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다. 그는 컴퓨터 동아리 YCC(연세 컴퓨터 서클) 활동에 몰두했다.
“대학에 들어와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됐고, 동아리에 가입한 후 열의있는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에 대해 학술적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은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 사장은 이 외에도 당시 유행한 라인 프린터의 라인피드 억제를 통한 대형 그림(plot) 만들기에 열중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대학생 컴퓨터 서클 연합회의 경진대회에도 참가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전문 프로그래머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방학이면 동아리에서 컴퓨터를 싸들고 산간지방에서 1∼2주간 합숙하며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해 당시로서는 획기적 프로그램이었던 베이직 프로그램 에디터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컴퓨터 공부에 몰두했던 이 사장은 대학시절 IT 벤처나 경영의 꿈은 커녕 어떤 직업을 선택할 지에 대한 생각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함께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이 죽음을 당하는가 하면, 고문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당시 학생들은 심리적 부채감이 너무 커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이 사장이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차린 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였다.
이 사장은 이때 대학 당시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무작정 용산에 허름한 사무실을 하나 얻어 회사를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했다. 벤처의 개념도 없던 당시 주위 사람들은 이상하게 바라보면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벤처 1세대 이전에 이미 정열적으로 모험사업에 뛰어들었던 이 사장은 군복무 후 잠시 일했던 대기업 소프트웨어 연구소에서 만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의 인연으로 한메소프트에 몸을 담게 됐다고 한다.
그는 “요즘 인터넷벤처의 경우 매출보다 비용을 적게 들이고 작년보다 올해 매출실적을 더 많이 올린다면 언제든 성공의 길이 열려있다”는 농담같은 말을 건네며 회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요즘 학생들이 생각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이미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구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벤처에서 경쟁은 필수인 만큼 항상 노력하고 비용을 아껴,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명예기자=권해주·한양대 postman66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