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대도 아날로그가 좋다.’
최근 캠퍼스는 복사 및 프린트 등 종이문서의 홍수시대다. 디지털시대에 그것도 첨단을 달린다는 신세대들이 모여 있는 대학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는 요즘 대학 내 복사실은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복사실뿐 아니라 무인복사기 앞에도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서 복사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의 내용을 정리하지 못한 학생, 시험공부를 위한 관련 서적 및 미루던 과제용 참고문헌 복사를 하려는 학생들이다.
이런 현상은 시험기간에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수들의 강의방식도 예전처럼 교재 위주의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각종 연구자료를 비롯해 다양한 관련 자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복사물 등을 포함하면 한 학기 동안 책 몇권 분량의 종이자료가 쌓이게 된다.
휴대폰·노트북·PDA·디지털카메라 등으로 무장한 디지털세대지만 아날로그의 매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노트북이나 PDA 등 멀티미디어 기기를 사용하지만 휴대성과 가독성이 뛰어난 종이의 매력은 따라잡을 수 없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이승효씨는 “교수님이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에 자료를 올려도 모니터를 수업시간이나 도서관까지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그 내용을 프린트한다”며 “일부 학생은 휴대성이 뛰어난 PDA에 강의자료를 담아 들고 다니지만 종이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져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디지털기기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자료를 복사하고 프린트할 수 있기 때문에 종이의 사용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경기대 문구점의 한 관계자도 “컴퓨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몇년 전에 비해 종이 소비량이 오히려 늘어났다”며 “집에서 자료를 프린트한다며 박스째 용지를 사가는 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종이없는 사무실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종이 사용량이 늘어났다는 조사처럼 종이보다 모니터에 익숙한 대학생들도 종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고려대 경영학과 김모씨는 “자료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필요없는 자료도 무조건 복사하기 때문에 보관하기도 힘들고 필요한 자료를 찾느라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며 “디지털시대가 오히려 자원낭비를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명예기자=고호진·경기대 kongch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