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로 인해 국내 수출업체들의 수출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으나 대다수 업체들은 별다른 대책없이 추이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회복세에 있는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8, 29일 양일간 가전·휴대폰·전자부품 등 14개 주요수출품목 대표기업 40개사(중소기업 15개사 포함)를 상대로 환율하락과 관련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대다수 업체들은 환율수준보다 ‘하락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31일 밝혔다.
다음은 주요 IT분야 대표 수출업체들이 밝힌 환율관련 입장이다.
◇가전=내수나 해외생산 품목은 영향이 적지만 TV나 VCR 등은 파장이 크다. 환율 100원 하락시 8∼10%의 수출감소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업체는 최근의 상황을 반영, 바이어들과 달러화 수출가격을 8%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가전업체들은 정부차원에서 최소한 1250원 이상에서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줄 것을 바랐다.
◇휴대폰·컴퓨터=최근들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IT 품목으로 떠오른 휴대폰은 대부분 장기고정거래선이 많아 환율변동분이 즉각 반영되진 않고 있다. 하지만 내년 단가를 위한 달러화 가격협상이 오는 9월 시작돼 파장이 예상된다. 휴대폰의 경우 부품의 60%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1150원까지는 여력이 있는 편이다.
컴퓨터 역시 고정거래선덕에 아직까지 별다른 환율 피해는 없다. 업계는 달러당 1200원을 한계환율로 보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환리스크 관리를 위해 전문딜러를 통한 선물환거래에도 나서고 있다.
◇전자부품=중견 모니터업체인 H사는 최근 환율급락으로 지난 한달간 수억원의 환차손을 봤다. 특히 5월들어 기선적분에 대해서는 달러당 100원 내외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그동안은 선물환 등을 통해 리스크관리를 해왔지만, 환율하락폭이 너무 커 현재는 손을 놓고있는 상태다. 디스플레이업체인 L사 역시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로 6월 이후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바이어 상담시에도 달러화 수출가격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반면 보수적인 환율운용으로 정평이 나있는 S반도체의 경우, 엔화가 원화와 동시 강세를 보이고 있어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며 환율하락의 덕을 보고 있다는 반응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