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업계 `고압적 AS` 소비자 불만 높아진다

 한국HP·한국엡손·삼성전자·롯데캐논 등 프린터 업체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마케팅과 고압적 AS 정책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국내 프린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4개 회사는 무리한 가격 경쟁을 일삼으며 ‘정품잉크는 업체의 폭리’라는 소비자의 오해를 스스로 유발시키고 있다. 보급형 제품의 경우 프린터 본체 가격이 정품 잉크의 두 배에 불과한 10만원 이하에 판매되고 있다. 홈쇼핑 PC판매 번들 제품의 경우 가격은 더욱 낮아진다.

 이와는 달리 정품 잉크는 가격도 비싸고 특히 비정품을 사용하다 고장난 제품은 전적으로 소비자 책임이라며 ‘AS 책임도 회피’하는 고압적 정책을 구사, 사용자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응할 수밖에 없는 구도로 몰고가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완제품 프린터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소모품에서 짭짤한 실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한모씨는 “프린터 업체들은 정품 잉크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품 잉크를 두 번만 교체하면 본체 가격을 뽑을 수 있는데 누구라도 저렴한 리필잉크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프린터 회사 관계자는 “업체간 경쟁으로 입은 손실을 잉크 등의 소모품 판매로 보상받을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의 오해를 초래한 책임은 일정부분 인정하지만 잉크 가격은 본사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동등하게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만 특별히 비싼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실제로 프린터 업체들은 정품 잉크가격 조정, 적절한 마진이 보장된 프린터 가격 확립 등의 노력보다는 소비자의 리필잉크 사용을 막는 데 치중했다는 비난을 샀다. 프린터에 정품 카트리지만을 인식할 수 있도록 칩을 장착하고 리필잉크 사용시 발생한 고장의 책임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있다는 AS방침 등이 그렇다.

 한 업체 관계자는 “프린터의 핵심인 노즐 부분은 정밀하게 설계됐기 때문에 수리시 가격도 비싸고 리필잉크로 손상됐을 경우 프린터 회사가 전부 다 책임지기에는 무리가 있어 미리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실행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실제로 리필잉크 때문에 프린터 본체가 망가져 수리가 들어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프린터 업체들이 잉크와 같은 정식 소모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확실한 주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한 업체의 경우 전체 매출의 40%를 소모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는 1분기에 80억원을 소모품으로 벌어들였다.

 한 네티즌은 “리필잉크로 정상적인 출력이 가능해도 프린터에 나쁜 영향이 있다는 프린터 업체의 얘기에 혼란스럽다”며 “객관적인 평가나 분석 자료가 있어 정품 및 리필잉크에 대한 올바른 선택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린터 업체들은 한결같이 “소비자의 선택권은 보장한다”며 단지 “정품 잉크의 장점만을 강조할 뿐”이라고 강조, 현 정책기조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