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마음으로 제품 발명에 전념했을 뿐입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제3회 여성발명아이디어 현상공모대회’에서 영예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아이에스디지털의 김정신 사장(43)은 일상의 살림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사업에 접목시킨 주부 CEO다.
“식구들이 워낙 고기를 좋아해 식탁에 항상 육류를 올리는 편이죠. 하지만 고기를 굽다보면 매번 집안 가득 연기와 냄새가 진동해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던가. 주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끼곤 이내 잊었음직한 이같은 불편함을 김 사장은 사업 아이템으로 끄집어냈다.
지난해 2월 김 사장은 2년여의 노력 끝에 ‘디지털 바이오 그릴’이라는 구이용 그릴 장치를 탄생시켰다. 이 제품은 열판에 덮개를 만들어 내부 열을 250∼300도로 유지하면 냄새와 연기가 완전연소되는 원리를 이용했다. 제품 개발과 함께 회사도 설립,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착수해 지금까지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기계·전자 분야 지식이 전무한 주부 김정신에게 제품 개발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실험용으로 사용된 부탄 가스 통만 3000개가 넘더군요. 한번은 집안에 누출된 부탄 가스가 폭발해 오른쪽 다리와 팔에 1도 화상을 입고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시제품 제작용 쇳덩이를 들고 다니다 발등에 떨어뜨려 발톱이 빠진 일, 기계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학 교수를 찾아갔다 문전박대 당한 일 등은 이제 추억이 됐다.
디지털 바이오 그릴의 판매가 정상 궤도에 올라갈 무렵, 김 사장은 또 한번 신제품 개발에 도전한다. “디지털 바이오 그릴은 업소용입니다. 우리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사업인 만큼, 가정용 신제품 개발에 나선 것이죠.”
김 사장은 창업 3개월만에 또 다시 제품 개발에 착수, 지난해 11월 ‘카보나’라는 참숯구이판을 개발했다. 각종 처리를 거쳐 백탄을 조리용기나 구이판 형태로 성형한 카보나는 구이 요리시 육질이 타거나 눌러붙는 것을 막아준다. 숯 특유의 흡수·흡취능력으로 냄새나 연기도 없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속옷까지 숯투성이가 될 정도로 개발에 메달렸다는 김 사장은 이 제품으로 이번 여성발명아이디어 현상공모대회에서 최고 영예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회사도 단독주택을 개조해 1층을 사무실로, 2층을 살림집으로 쓸 만큼 김 사장에게 있어 ‘가정’은 비즈니스의 영원한 동반자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