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해외무대서 `체력`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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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적으로 이동전화단말기 수요가 감소하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 이동전화단말기업계가 기대 이상으로 수출물량을 크게 늘리며 독주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이에 따라 ‘메이드 인 코리아’ 단말기의 성공요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업계가 메이저업체(삼성·LG), 중견업체(팬택·큐리텔·텔슨전자·세원텔레콤), 연구개발업체(벨웨이브·기가텔레콤·인터큐브) 등으로 세분화, 저변을 확대하면서 최강의 수출 라인업을 구축한게 주효했다.

 메이저업체는 브랜드 및 생산기술력의 극대화를 통해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CDMA 단말기를 독자적으로 개발, 탄탄한 설계 기술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최고의 생산기술력을 앞세워 CDMA, GSM 가리지 않고 시장을 리드하는 신제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최근 세계 최강 노키아의 단말기가 일부 제품결함으로 ‘망신’을 당한 반면 삼성전자의 단말기는 스페인에서 ‘명품’으로 선정된 것은 한국 이동전화단말기의 기술력의 수준을 잘 대변한다.

 세계 최고의 생산기술력은 고가제품을 만들고 브랜드 상승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영만 삼성전자 상무는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고가전략으로 중국에서 이미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GSM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최근 세계 톱 10에 진입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업체들의 ODM·OEM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중견업체들도 본격적인 수출 드라이브에 나서면서 한국 이동전화단말기 수출의 ‘미드필드’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 팬택+큐리텔, 세원텔레콤+맥슨텔레콤 등은 인수합병으로 연간 생산량을 1000만대 이상으로 늘리고 독자브랜드까지 추진,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시장이 열리면서 연구개발업체들이 수백만대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출에 가세하면서 대외적인 한국 이동전화단말기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됐다.

 한국업체들의 수출전망도 밝은 편이다. 비록 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세계적인 업체들마저 구조조정에 휘말리고 있지만 국내업체들은 디자인과 성능면에서 최고 수준의 단말기를 보유했음을 검증받은 데다 3세대 단말기까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또 글로벌 마케팅으로 세계 각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데다 이를 단기간에 제품으로 반영하는 능력이 뛰어난 점도 향후 수출전망을 밝게 만드는 요인이다.

 조준일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업체들이 생산기술력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출규모는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업계가 해결해야 할 점도 적지않다. 수출물량은 기대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중견업체들이 지난해 적자를 냈다. 마진이 박한 ODM·OEM에 치중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독자브랜드와 고가정책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생존카드를 쥐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0개가 넘는 업체 난립도 문제다. 이들 모두 ‘죽기살기식’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기술유출이나 제살깎기 경쟁이 우려된다. 환상마저 갖게했던 중국 CDMA 시장도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국내업체들에 큰 악재다. 김동연 텔슨전자 부회장은 “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들끼리 과당경쟁을 피하고 과감한 현지화 전략도 고려할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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