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채널 융합, 은행권 대응전략 고민 깊다

 ‘자동화기기에서 전화·PC·휴대폰, 심지어 PDA까지.’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고객접점(채널)이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무선 및 기기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최근 온오프라인 고객채널을 모두 지원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인 것이다. TV와 냉장고에서 온라인뱅킹이 가능한 이른바 홈네트워킹 환경, 달리는 자동차에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텔레매틱스시대가 열린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앞으로 고객채널의 효율적인 지원과 관리가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은행들은 현재 고객채널의 일관된 관리체계는 고사하고 새로운 온라인채널에 대한 고객수요를 제때 반영하기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다음달부터 토요 휴무가 시행되면 영업점포와 자동화기기·인터넷·전화 등 현행 채널전략을 아예 다시 짜야할 판이다. 우리은행의 관계자는 “고객 응대채널마다 어느정도 비중을 둬야할지, 어떤 식으로 배치할지 새롭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서 “이는 고객별 종합적인 영업전략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고객채널 전략과 관련, 가장 깊은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은 현재 온오프라인 채널별로 고객관리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온라인채널의 비중이 커지면서 영업점 중심의 고객관리 환경을 온오프라인 통합관리체계로 전환하는 문제가 은행권의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창구, 자동화기기, 전화, 인터넷 등 복합적인 채널을 이용하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 됐지만 아직까지는 채널별로 고객행태를 분석하거나 응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다 오류가 발생하면 고객이 전화상담을 요청하더라도 콜센터는 오류발생 유무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것. 심지어 개인고객이자 기업고객이기도 한 자영업자는 은행의 인터넷뱅킹서비스도 법인용과 개인용으로 따로 써야 하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앞으로 고객채널통합과 고객관계관리(CRM) 구현을 목표로, 효과적인 추진방안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답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뱅킹시스템 전문업체의 관계자는 “복잡한 고객채널전략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시의적절하게 전문인력을 배치해야 하고, 기술적으로는 전산환경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전산투자비용과 인력유지 부담을 극복하려면 은행들의 IT 전략이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