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에는 생명유지부터 정신적, 육체적 활동까지를 가능케 하는 정보와 물질이 흐른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네트워크는 정보(명령)를 전달하는 뉴런 네트워크와 혈액(호르몬) 등을 운반하는 혈관 네트워크가 핵심을 이룬다. 인간의 능력이 개발되고 생명이 유지되는 것은 이러한 네트워크들간의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몸은 정보의 흐름과 물질의 흐름이 가장 고도로 연계된 제3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신경망에는 언제, 어디서나 오감을 통해 느끼고 주변 환경의 변화를 지각할 수 있는 신선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흘러 다닌다. 또한 뇌로부터 나오는 명령은 사람의 손과 발에 곧바로 전달돼 필요한 행동을 즉각적으로 취하도록 한다. 우리 몸에서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뉴런(neuron)이다. 뉴런은 신경원 단위로서 우리 몸의 감각기(피부)와 반응기(근육) 사이에서 자극과 정보의 전달에 가장 알맞도록 특수하게 분화된 신경세포다.
뉴런에는 눈이나 귀와 같은 감각기관에 의해 감지되는 자극들을 받아들이고 이를 신경계의 중심 위치로 전달하는 감각뉴런(sensory neuron)과 반응이나 명령을 근육과 같은 실행기구로 전송하는 운동뉴런(motor neuron), 그리고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에서 전방위 정보전달 역할을 하는 연합뉴런(inter neuron)이 있다. 인간의 몸은 이 세가지 뉴런의 기능에 의존해 환경의 변화와 문제를 감지한 후 뇌의 지식과 해석을 통해 명령을 내리고 행동을 취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노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제3공간의 작동원리도 인간의 뉴런이 작동하는 원리와 유사하며 궁극적으로 뉴런과 같은 연계구조를 지향한다. 제3공간의 작동원리를 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광대역 유선망(FTTH)과 3세대 모바일 및 초고속무선랜 등의 네트워크가 물리공간에 널리 편재돼 있어 언제, 어디서, 어떠한 기기를 이용하더라도 자유롭게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를 연결하고 있는 연합뉴런과 같다. 이는 연합뉴런에 의해 우리 몸의 모든 ‘신체기관간의 네트워크화(organs-to-organs)’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환경(도시, 생태계, 홈, 공장, 사무실, 화장실, 창고)과 사물(물질, 상품, 동식물)들에 ‘시스템온어칩(system-on-a-chip)’ 또는 ‘랩온어칩(lab-on-a-chip)’화되어 있는 각종 센서들을 삽입해 이들을 지능화하는 것은 감각뉴런의 원리와 같다. 제3공간에는 특히, 사물들에 심어진 센서들이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추론할 수 있도록 ‘상황규정 정보(context)’를 받아들이고 이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기능이 있다. 바이오 칩이나 마이크로머신(MEMS)기술을 응용한 센서와 무선ID(RFID)-Tag, 스마트레이블(smart label) 등과 같은 센서들은 사물의 공간적 위치와 형태는 물론이고 진동·압력·굴절·밀도·농도·속도·온도 등의 이상유무와 결함, ID 확인 및 인증, 성분검출, 유체흐름, 화학반응 여부 등과 같은 각종 변화들을 감지 또는 분석하고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제3공간을 작동시키는 뉴런 구조로는 구동체(actuator) 역할을 맡는 운동뉴런을 들 수 있다. 제3공간의 가장 대표적인 운동뉴런은 MEMS와 바이오마이크로머신(bio-MEMS), 그리고 로봇 등을 꼽을 수 있다. 제3공간에서의 이들 운동뉴런들은 사람을 대신해 사람이 의식적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행동을 취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에어백 안에 심어져 있는 MEMS는 자동차가 충돌했을 경우 마이크로모터와 기어, 마이크로 펌프 등의 기술을 활용해 아주 빠른 시간안에 충격의 크기와 방향을 감지하고 에어백을 부풀린다.
제3공간의 뉴런(u-neuron) 구조와 뉴런간의 연결체계는 갈수록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제3공간에서 뉴런 구조의 고도화는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연결하는 정보의 흐름과 물질의 흐름을 긴밀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보다 질 높은 삶을 영위하고 비즈니스를 전개하며 공공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신선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 어떠한 단말기로 의식하지 않고서도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제3공간은 사람이 일일이 조작해야만 움직이는 바보스러운 물리적 환경과 사물이 아니라 사람이 의식적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전에 이를 감지해 조치하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지향한다. 따라서 제3공간에서는 사람의 실수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 ‘신선한 정보 파이프라인(fresh information pipeline)’을 구축하고 ‘신선한 정보를 스마트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미 국방부 정보처리기술국(IPPO)의 연구는 제3공간과 뉴런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연구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직접 찾지 않아도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신선한 정보가 제공되고 신선한 정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다.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상태에서 직장에 출근한 손자의 PDA에 ‘점심시간 이후 할머니의 움직임 상태가 이상하다’는 정보가 전달, 119에 신고되며 감기 기운이 있는데도 학교에 간 ‘아이의 체온이 39도를 넘었다’는 메시지가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전달될 수 있다면 우리는 신선한 정보의 스마트한 제공이 가져다 주는 수많은 혜택에 감탄할 것이다.
제3공간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연계함으로써 인간에게 필요한 신선한 정보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흘러다니고 이용자가 인식하지 않아도 되는 ‘조심스러운 배려’가 정보 제공이나 사전조치, 문제해결 등의 형태로 서비스되는 것을 지향한다.
고등 동물일수록 뉴런의 수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사회가 고등국가 또는 고도화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제3공간의 뉴런(u-neuron)이 곳곳에 편재돼 있어야 한다.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체 속에 뉴런이 존재하듯 국토공간에 있는 모든 사물에 센서와 칩을 심는 것은 신선한 정보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제3공간의 뉴런을 창조하는 IT, BT, NT의 융합
인류의 기술발전을 이끄는 근본적인 힘은 그칠 줄 모르는 지능화와 인간화의 엔진에서 나온다. 지능화의 엔진은 인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자연, 사물, 시장, 조직 등)의 존재와 변화에 대한 정보를 시간의 지체 없이 획득해 연산 또는 축적하고 실시간으로 주고 받음으로써 의사결정, 문제해결, 미래예측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인간화의 엔진은 인조인간 로봇을 만들려는 욕구에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기계나 사물이 인간을 대신해 마치 인간처럼 보고, 듣고, 느끼고, 인식함과 동시에 인간처럼 말하고 보여주며 일을 처리해줄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제3공간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연계를 기반으로 이같은 지능화와 인간화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제3공간의 뉴런들은 빌딩처럼 거대한 공간과 세포와 같은 아주 작은 공간은 물론이고 물질적 공간부터 사람의 간과 같은 생물체적 공간까지 어디서든 전자공간과 물리공간, 그리고 사람을 긴밀하게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제3공간의 뉴런’을 만들어 환경과 사물 속에 심기 위해서는 IT, BT, NT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최근 ‘제3공간의 뉴런기술’로서 IT, BT, NT를 융합한 새로운 차원의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IT, BT, NT를 융합한 결정체로는 칩 센서, 바이오 칩, 나노바이오센서, 바이오 마이크로머신(BioMEMS),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바이오 칩은 생물학적 마이크로 칩으로서 유전자 결함이나 반응양상, 미세한 신경자극 등을 분석하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온 칩화 기술도 급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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