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회장 최태원)이 그동안 차세대 전략사업 중 하나로 추진해 왔던 유기EL(OEL:Organic Electro Luminescence)사업 진출을 전격적으로 포기했다. 이에 따라 국내 3대 그룹이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OEL시장이 향후 삼성그룹과 LG그룹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OEL 관련 연구개발 등 핵심업무를 맡아 온 SK(주)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OEL사업 추진을 중단하기로 결론짓고 대덕연구단지 소재 OEL 전문연구팀에 대한 해체작업에 들어갔다.
SK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쉽게도 그룹 차원에서 유기EL사업 포기로 방향을 잡아 현재 8명의 연구진을 케미컬 등 기존 사업부로 흡수하는 작업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룹 계열사들의 기존 유기EL을 포함한 디스플레이소재부문은 유지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올들어 수동형(PM) 소형제품을 시작으로 OEL시장 진출이 예상됐던 SK가 이 사업에서 돌연 발을 빼기로 한 것은 최근 SK그룹이 KT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현금수요가 발생, 중장기적으로 조단위 투자가 수반되는 OEL사업을 불가피하게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 파이어니어를 비롯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삼성(삼성SDI·삼성전자), LG(LG전자·LG필립스LCD) 등 경쟁업체와는 달리 SK가 연구개발을 다소 늦게 시작한데다 막대한 내부수요(captive market)를 갖고 있는 LG·삼성과 궁극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SK그룹은 SK(주)를 축으로 SKC·SK케미칼·SK텔레콤·SK텔레텍 등 OEL 관련 계열사들이 풀라인업을 형성, 나름대로 OEL사업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SK의 중도하차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EL 분야의 저변확대와 국가경쟁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SK의 OEL사업 진출 포기로 국내 OEL시장은 현재 이 분야를 선도하며 관련 계열사를 총동원하고 있는 LG와 삼성, 양대 그룹을 정점으로 하이디스·오리온전기 등 기존 디스플레이업체와 네스디스플레이·엘리아테크 등 관련 벤처기업 등 후발업체군들이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SK그룹은 차세대 전자·정보소재 및 부품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 98년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EL 개발에 착수한 이래 최근에는 삼성SDI 유기EL팀장 출신의 유한성 박사를 축으로 7∼8명의 관련 연구원을 확보하고 이동전화단말기용을 비롯한 PM 타입 OEL 개발 및 관련시장 진출을 모색해 왔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