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 제가 만든 대형 전광판 앞에서 수만명의 축구팬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AP전자의 윤인만 사장(40)은 31일 프랑스 대 세네갈의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의 감격을 생각하면 아직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월드컵 행사를 위해 그가 여의도 고수부지에 직접 설치한 두대의 컬러 전광판을 통해 수많은 국민이 하나되는 광경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일대와 지방 대도시에서도 대형 전광판마다 인파가 몰려들어 열광적인 축구응원을 펼쳤다.
옥상 위의 덩치큰 광고물로만 간주되던 LED 전광판이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새로운 대중적 매체로 떠오른 것이다.
“축구와 대형전광판이 이토록 궁합이 맞는 관계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인 축구행사가 전광판을 통해 전달될 때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사실에 전광판업계서도 무척 놀라고 있어요.”
윤 사장은 월드컵 행사 중에는 거의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완공한 수원 월드컵구장의 대형전광판을 비롯해 각 지자체, 대기업의 월드컵이벤트에 동원된 옥외용 컬러전광판 9대가 차질없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여의도의 경우 고수부지와 여의도 공원에 6.3×4.2m규격의 컬러전광판 3대가 들어서 월드컵 분위기를 높이는 스포츠 허브(Sports Hub) 역할을 하게 된다. 월드컵을 한달 앞두고 주문이 쇄도해 전광판을 설치하느라 밤을 샌 적도 여러 번이다.
윤 사장은 국산 전광판기술로 세계적 스포츠 행사인 월드컵경기에 일조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축구경기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구경할수록 재미와 열기가 높아집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국민도 전광판이 축구경기를 즐기는데 효과적인 매체라는 사실에 눈을 떴다고 생각해요. 전광판 기술자로서 더없이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그는 앞으로 큰 스포츠행사마다 컬러전광판이 필수적인 경기설비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사장은 월드컵 이후 전광판매체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크게 높아져 새로운 전광판붐이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벌써부터 이벤트용 전광판 주문이 국내외서 쏟아져 렌털용 컬러전광판 10대의 추가제작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은 국내 전광판업계에도 일대 도약의 전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서 수만명이 모여 한국팀경기를 응원하는 순간 국내 전광판업계의 주가도 덩달아 치솟을 겁니다.” 윤 사장은 자신이 만든 전광판 앞에서 코리아팀 파이팅을 외쳤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