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HP 등 일부 해외업체들과 국내 최대 PC업체인 삼성전자가 주문형 PC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PC사업 방식에 새로운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이 같은 주문형 PC사업이 국내에서는 아직 초보단계지만 제대로 정착될 경우 PC 유통·제조·물류 등에 이르기까지 PC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주문형 PC사업 확대=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델보다 오히려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부터 주문형 PC사업을 시작, 현재 480여종의 PC를 소비자 입맛에 맞춰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주문형 PC 모델을 1000여종으로 늘리고 공급자관리망(SCM)을 협력사와 함께 운영, 소비자 주문이 곧바로 부품업체에 전달돼 생산라인의 재고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 현재 7일 이상 걸리는 주문 후 소비자 공급기간도 5일 이내로 단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미 본사와 대리점의 재고가 줄어드는 등 주문형 PC사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 걸림돌이 적지 않지만 조기 정착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주문을 인터넷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델컴퓨터와 달리 삼성전자는 대리점을 통해 주문을 받는 형태로 진행한다.
주문형 PC사업의 원조인 델컴퓨터코리아(대표 스티브 노먼)도 지난달부터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사양을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를 구축하고 주문형 PC사업을 개시했다. 이 회사는 이전까지 전화로 PC를 주문받았으나 전화로는 세세한 사양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이번 온라인 스토어 개설이 실질적인 주문형 PC사업의 시작인 셈이다.
HP 역시 ‘텔레웹’이라는 주문형 PC사업을 1년여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방한한 에이드리언 코치 아태지역 PC사업부문 사장은 “델보다는 더 빠른 시일 내에 구매자에게 PC가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태지역 내 5개의 텔레웹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한국도 유력 후보지”라고 설명했다.
◇PC시장의 새로운 활로=PC업계 한 관계자는 “PC산업은 이제 기술적인 차별화 이슈보다는 얼마만큼 물류·유통·제조를 효율적으로 관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며 “유통·제조 재고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간접판매방식에 비해 대금회수가 빠른 주문형 PC사업이 새로운 PC사업 모델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IMF 이후 많은 PC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문형 PC사업에 박차를 가했지만 주문 후 제품인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과 SCM을 구축하지 않고 진행해 오히려 제품가격 상승으로 나타나 결국은 포기했다는 사례를 들면서 국내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모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당일 제품 배달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공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최근 주문형 PC사업을 시작했거나 준비중인 업체들은 “SCM과 연계돼 주문형 PC사업이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다만 소비자들의 이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