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지능형 GIS연구센터(센터장 배해영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얼마 전 스위스 취리히대학과 농업정보화시스템(CIS) 구축을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농업정보화시스템이란 국가 단위 대규모 농경지나 세계적인 곡창지대에서 위성을 이용해 곡물, 기후, 토양 정보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취리히대학이 스위스를 비롯한 EU 주요 농업 국가를 대상으로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지능형 GIS연구센터가 개발한 GIS엔진이 시스템 기본 플랫폼으로 채택돼 있다. 국내 기술이 유럽 농업 정보화 시장에서 핵심 솔루션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의 한 대학연구소가 현지 대학을 교두보 삼아 당당히 유럽 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능형 GIS 연구센터 배해영 센터장은 “세계 유수의 업체들을 제치고 국산 GIS엔진을 공급할 수 있었던 이유는 특화된 IT시장을 겨냥해 전문 솔루션 개발에 집중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능형 GIS 연구센터는 이번 취리히대학과의 농업정보화시스템 공동 구축 경험을 토대로 중국 베이징대 RS센터와 공동으로 세계적인 곡창지역인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 농업정보화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ISO) 지리정보 표준화위원회는 우리나라가 제안한 LBS 규격인 ‘위치기반 생활안내를 위한 통합교통수단 서비스 표준’을 새로운 ISO 표준화 과제로 선정했다.
‘위치기반 생활안내를 위한 통합교통수단 서비스 표준’이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ISO/TC211 총회에서 위원회 투표를 거쳐 위원회 안으로 확정되면 드래프트 국제표준(DIS), 최종 드래프트 국제표준(Final DIS) 추인 절차를 밟아 ISO로부터 국제표준(IS)으로 공식 승인된다. 우리나라가 바야흐로 세계 LBS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김창호 LBS포럼 의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이동통신 인프라 덕분에 LBS 분야에서 한국이 국제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GIS는 IT산업의 첨병으로 대두되면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정보산업 시대에서 정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지리정보의 관리는 국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관련산업과 부처를 망라해 생활 지리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의 지리정보 전문 관리기구를 구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GIS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는 기술을 선정, 세계 표준화, 법률 특허, 경제 효과 등 다양한 시각에서의 분석을 통해 범부처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국가GIS사업에서 정통부·환경부·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와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부처간 주도권 경쟁이 이면에 잔존하는 현실은 여전히 세계 일류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부처간 장벽을 뛰어넘어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GIS 국가경쟁력이 부처 이기주의에 우선할 수 있는 보다 거시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무엇보다 국가 리더가 지리정보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가가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주상돈 기자 sdjoo@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