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신회담이 막힌 남북 경제협력에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정부와 민간으로 구성한 방북단이 이번주 북한을 방문해 이동통신을 비롯한 통신분야의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회담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남북간 대화는 늘 변수가 많고 시간도 많이 걸려 이번 첫만남에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첨단 산업인 통신분야에까지 논의가 확대됨으로써 남북경협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통신협상 배경=남북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통신현대화를 통해 낙후된 경제시스템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또 남한은 거의 포화상태인 국내 통신사업의 영역을 북한으로 확대하고픈 입장이다. 특히 이동전화와 같은 첨단 무선통신 분야에서 남북한의 협력 필요성이 높아졌다.
정치적인 이유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IT분야에서 글로벌리더를 자임하고 나선 정부로선 가장 가까운 북한에서 국내와 다른 통신시스템을 쓰는 것은 껄끄러운 일이다.
또 방북은 올들어 여러차례 시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것이 6·15 공동선언 2돌을 앞둔 이달초에 성사돼 시점상 시사하는 바가 크다.
◇뭘 논의할까=일단 이동통신시스템을 주로 논의할 전망이다. 방북단장인 변재일 기획관리실장도 “북한 당국자와 만나 북한의 이동통신 계획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들을 예정이며 CDMA의 우수성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동통신 도입을 위해 GSM과 CDMA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중이나 일단은 GSM에 기울어져 있다. 북한 나진선봉지구의 이동전화사업권을 가진 태국의 록슬리는 오는 10월부터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방북단은 그러나 아직 북한당국이 GSM의 도입을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 여부에 따라 CDMA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북단은 최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CDMA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방북단은 나아가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 현안도 논의하려 하나 일정이 워낙 빡빡해 제대로 논의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협상 전망과 과제=당장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두번의 만남만으로 통신시스템 도입 등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CDMA를 도입하는 데 있어 걸림돌도 적지 않다. 관련 핵심 기술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CDMA는 애초 군사기술로 시작했다.
미국이 적성국인 북한이 CDMA를 도입할 경우 관련 칩을 비롯한 기술의 수출을 규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 전문가들은 “협상이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민간 차원의 비공식 접촉으로 이뤄진 통신 관련 남북협력이 정부 차원으로 올라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강인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경영전략연구실장은 “국내 통신사업자의 북한진출은 통일 이후 통신환경의 통합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시장 선점의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이 비공식적인 경로로 접촉해 왔지만 이번 정통부 관계자의 방북으로 당국간 협의체 구성이나 협정 조인 등의 확실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