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북한 안내원이 이동전화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북한의 각종 휴대폰
정보통신부 고위 당국자의 평양 방문은 남한 정보통신 당국자의 첫방북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간 교류사업은 사실상 IT분야가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년 9개월여 동안 진행된 남북간 IT교류는 분단이래 50년간의 그것과 맞먹을 정도로 활성화되고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남북 합작 첫 IT개발회사 ‘하나프로그람센터’가 지난달 부터 2차 기술·교육인력 40명이 추가 합류해 본격 업무에 들어간 것을 비롯, 아이엠알아이가 평양에서 생산한 컴퓨터용 모니터를 북한 내수시장에 판매하게 된 것 등을 들 수 있다. 또 훈넷의 개발팀이 지난 1월부터 평양에 체류하면서 북측과 공동으로 인터넷 게임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하나로통신과 삼성전자도 북측 연구원들과 각종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엔트랙과 북한의 광명성총회사는 올해안에 평양시내 인근에 남북IT협력산업단지 ‘고려정보기술센터’를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북 IT교류협력사업은 교류파트너가 북한의 경우 체제상 정부 관계자였던 데 반해 남한에서는 민간인이었다는 점에서 실질적 교류에는 적지 않은 한계점이 있었다. 특히 북한의 경우 모든 것을 정부 차원에서 결정했던 데 반해 남한의 기업가들은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의해 교류나 협력사업에 임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보통신부 고위 당국자의 평양방문은 구체적인 방북 성과와는 별개로 남북간 IT교류협력사업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남북IT교류협력 사업은 6·15선언 이후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 출범과 테러사태 이후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소강상태에 놓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국간 대화 부재, 당국간 투자보장 합의서 미비,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이미 남북간 합의해 놓은 IT협력사업들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지금까지 일부 성과를 거둔 남북 IT협력사업은 민간기업이 여러 악조건을 무릅쓰고 독자 추진해온 것들이다. 여기에다 남북간 IT협력사업은 바세나르협약 등 국제적인 장벽에 발목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또 대북진출을 꾀하고 있는 많은 남측 기업들은 북측과 접촉하는 데 공신력있는 대북 교섭창구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최근까지도 남북경협을 추진해 왔던 기업들은 저마다 개별적으로 북한의 대남 경협창구인 ‘민족경제협력련합회’와 접촉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보부재로 중복사업을 전개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러한 실정 때문에 국내 대북 IT전문가들은 남북 IT교류가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류·협력 수준을 당국자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이번 정통부 고위 당국자의 평양방문은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을 통해 남북한은 남북간 IT분야 교류·협력이 가장 현실적이고 생존적인 접근방법이라는 인식을 공식 확인하는 한편, 교류협력사업의 지속과 확대에 대해 본격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로운 현안으로 부상한 북한의 이동통신시스템 도입에 대해서도 당국자간 논의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통일IT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은 “IT분야에서 남북간에 놓인 법적·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하고 교류협력 수준을 한단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당국자간 회담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이번 정통부 고위 당국자의 첫방북은 앞으로 남북 IT협력 진전의 모멘텀을 이어갈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느냐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