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인텔 정품 프로세서의 CPU 클록 속도와 시스템버스 등을 위조한 리마킹 제품이 유통되고 있어 인텔은 대책마련에 분주하고 국내 유통시장에는 ‘주의보’가 발령됐다.
특히 이들 리마킹 제품은 매우 정교하게 제작돼 육안으로는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고 전문가들조차 식별이 쉽지 않아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인텔의 프로세서를 활용해 CPU의 성능을 위조해 표시한 리마킹 제품이 대량으로 제조되고 있어 인텔이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이달부터는 국내 시장에도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캐시 메모리가 256k인 기존 펜티엄4 1.6기가 제품을 불법적으로 오버클록시켜 캐시메모리가 512k인 2기가 제품으로 변조되고 1.8기가 제품은 최근 발표된 시스템버스가 533㎒인 2.4기가 제품으로 위조되고 있다. 또 지난달 발표된 펜티엄4 계열의 1.7기가 셀러론 프로세서도 높은 가격대의 2.2기가 펜티엄 제품으로 변조되고 있다.
이같은 리마킹 제품이 대량 생산되는 이유는 기존 1.6기가, 1.8기가 제품의 경우 인텔이 최근 가격인하를 단행해 143달러, 163달러의 저가에 형성돼 있는 반면 위조한 리마킹 제품은 2기가 CPU가 193달러, 2.4기가 CPU가 400달러를 상회하는 등 위조를 통해 엄청난 시세차액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98년에도 신규 제품과 구형 제품의 가격차가 크게 벌어진 후 해외에서 생산된 리마킹 제품이 대량으로 국내에 유입돼 유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적이 있으며 이번에도 이들 제품이 국내에 유입되면 유통시장이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기존에는 CPU의 표면을 깎아내고 레이저 프린터로 새롭게 제품 정보를 표시해 CPU를 주의깊게 살펴볼 경우 리마킹 여부를 분별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인쇄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전문가들조차 리마킹 여부를 유관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인텔측도 당혹을 표시하고 있다.
인텔코리아의 관계자는 “최근 인텔의 내부 소식에 의하면 홍콩 등지에서 대량으로 CPU를 변조한 리마킹 제품을 생산·유통시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와 각 지역의 대리점에 주의를 통보하고 관련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이들 제품은 전문가들조차 쉽게 분간할 수 없어 국내 영세한 유통상과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텔측은 아직 국내시장에 리마킹 제품이 유입됐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으나 최근 인텔의 가격인하 시기에 즈음해 1∼2일 전부터 가격이 먼저 인하된 제품이 국내 유통시장에서 판매된 점을 감안할 때 리마킹 제품의 유입 가능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텔 CPU를 판매하는 대리점의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체들의 마진율 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소규모 유통상들이 리마킹 제품 유통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시장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싼 제품의 구매를 피하고 각 대리점의 정품 스티커가 붙어 있는 CPU를 확인한 후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