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매체간 경쟁은

 

 ‘방송의 매체간 경쟁’ ‘방송산업육성과 소비자보호’를 어떻게 보고 다루어야 할 것인가.

 국민의 정부하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위원회가 특정사업구역내 케이블TV방송국(SO)과 중계유선방송국(RO)간 통합문제에 대해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냄으로써 매체간 경쟁과 산업육성, 소비자보호는 새로운 화두로 부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위원회는 최근들어 지난 4월의 출자총액제한 기업관련 예외조항(방송관련) 허용여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공정위의 홈쇼핑사업자 실사,이용약관 심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SO와 RO의 통합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사안의 중대성이 다른 요소들과는 다르다. 이 문제는 일단 주도권을 쥔 공정거래위원회내 상황전개에 따라 기존의 방송정책의 기본골격마저 흔들릴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특히 향후 전개될 방송·통신 융합의 기본 골격에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분석돼 이의 처리 과정은 당분간 세간의 이목을 끌 전망이다.

 ◇폭발력을 갖는 공정위의 조치=공정위 독점국은 지난달 23일 특정사업구역내 SO와 RO간 합병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어 기업결합제한사유에 해당한다는 잠정결론을 내리고 이를 해당업체인 씨앤앰측에 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독점국의 판단 이전에도 특정사업구역내 SO와 RO간 통합으로 과다한 요금인상 등 소비자가 일부 피해를 입고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5일 열리는 공정위 전체회의 이후의 상황 전개다.

 만약 공정위 전체회의에서 씨앤앰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기업결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시정조치를 내리게 된다면 방송위원회의 기본방송정책방향은 완전히 틀어지게 된다. 이 경우 방송위원회는 국민의 정부출범 이후 범정부적 합의를 기초로 추진해왔던 기존 정책을 완전히 수정해야함은 물론이고 뒤치닥꺼리까지 도맡아야 한다.

 ◇왜 이런 문제가 제기됐나=SO와 RO간 합병문제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부처간 일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99년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기업결합과정에서 공정위가 주무부처인 정통부의 의견을 존중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문제도 사전에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여지는 많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공정위가 해당산업을 요동치게 할 민감한 사안이 문제있다는 전제를 갖고 전체회의에 상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공정위와 방송위가 상호 업무처리과정에서 향후 풀어야할 과제다.

 ◇케이블업계의 인식=SO와 RO간 합병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케이블TV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정사업구역내 SO와 RO의 합병이 문제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케이블TV업계의 일차적 반응은 ‘국민의 정부하에서 어떻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가’이다. DJ정부는 출범초부터 과거 YS정부하에서 불거졌던 SO와 RO의 대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득권자인 SO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RO의 SO전환 및 SO와 RO의 합병유도정책을 제시했고 그결과 최근 시장은 간신히 안정을 찾고 있었다.

 SO와 RO든 정부정책과 시장의 요구에 따라 활발한 M&A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SO와 RO간 출혈경쟁으로 프로그램공급사업을 포함한 케이블TV시장의 위축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이 이어졌던 과거 YS정부때나 DJ정부 초기때와는 상황이 질적으로 개선됐다는데 업계는 의견일치를 내놓고 있다. 아무튼 우리의 방송산업은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매체간 경쟁을 통한 시청자 복지 제고라는 구조적 선순환 고리를 찾을지 아니면 구조적 악순환 고리를 이어갈지의 여부를 결정해야만 하게 됐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