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 주요 정보기술(IT)기업들의 상반기 예상 실적 발표에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경기회복 지연이 국내 경기 및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의 상반기 예상 실적 발표는 미 증시뿐만 아니라 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기 때문이다.
◇어닝시즌 타격 이미 시작됐다=3일(현지시각) 미 증시에서 PLD 칩 업체인 자일링스는 2분기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8% 증가할 전망이라고 발표했으나 주가는 무려 12%나 폭락했다. 회사측이 발표한 수치는 기존 전망범위인 6∼8%의 최상단에 속하는 것이나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못미쳤다는 게 주가 하락의 이유가 됐다.
기술주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의 경우 유력 반도체 관련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 주가가 3.6% 하락한 26.62달러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6일 예정인 2분기 실적 중간 점검 콘퍼런스콜에서 매출액 전망범위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우려감까지 대두됐다. 인텔은 1분기 실적 발표 때 2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64억∼70억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이날 미국의 간판 17개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주말 대비 24.89포인트(5.23%) 급락한 451.37로 마감돼 올들어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인텔, 노키아 실적 발표 관심=전일 미 증시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가장 관심을 끄는 기업은 인텔이다. 인텔은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만큼 국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하이닉스는 구조조정 문제가 걸려 있고, 삼성전자는 휴대폰 부문을 확대하는 추세에 있는데다 사업부문이 다양해 반도체 업황만이 펀더멘털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휴대폰 단말기업체인 노키아의 실적 발표(현지시각 10일)도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국내 텔슨전자, 세원텔레콤 등 관련 업체들의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또한 18일 예정인 세계 2위의 D램 생산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도 주목된다.
◇실적 전망 엇갈려=앞으로 발표할 IT기업들의 상반기 예상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상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S&P500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이 6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데는 시장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됐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익 증가폭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S&P500 기업들의 작년 동기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8.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문제는 1분기가 끝난 직후 전망치인 14%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데 있다.
결국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발표전에 섣불리 예단하는 것보다는 결과를 지켜본 후 투자 방향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창호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2분기 순이익 감소율이 17%에 달했기 때문에 올해 2분기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해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전망치가 다소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오히려 보수적인 전망이 실제 실적 발표시점에는 어닝서프라이즈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