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상용화` 이후 시장 판도

2.3㎓ 대역을 재활용하겠다는 정보통신부의 방침은 무선LAN 장비시장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전세계 무선LAN 시장은 2.4㎓ 대역의 IEEE802.11b 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서비스 및 장비업체들은 대부분 이 표준을 준수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통부의 방침대로 전세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대역폭을 사용한 무선랜 서비스가 시작되면 2.3㎓ 대역은 한국만의 독자적인 서비스이자 산업표준이 된다.

 이에 따라 2.3㎓ 대역 기반의 무선랜 장비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며 특히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외산 업체들이 한국시장만을 위해 2.3㎓ 대역의 장비를 개발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국산 업체들에는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국산업체들은 이번 2.3㎓ 대역 활용 움직임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대형 외산업체에 대항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국산 업체들은 이번 호재를 계기로 국내 무선LAN 시장에서 우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무선LAN 장비업체인 아크로웨이브의 조용천 사장은 “최근 외산업체가 국내 무선LAN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2.3㎓ 대역 활용 방침은 국산 업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국산 업체들은 2.3㎓ 대역 기반 제품의 상용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몇몇 업체들은 기본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지난달 제이엠피시스템이 두루넷과 공동으로 필드테스트를 무사히 끝냈으며 아크로웨이브도 지난해말부터 하나로통신과의 협력을 통해 제품 개발을 마친 상태다.

 제이엠피시스템의 이상문 기술연구소장은 “2.3㎓ 대역 기술로도 차세대 무선LAN 표준으로 불리는 IEEE802.11g와 802.11a 수준의 전송속도를 낼 수 있는 만큼 향후 시장에서도 국산 업체가 우위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시장만을 위해 2.3㎓ 장비를 개발하기 힘든 외산업체들은 정통부와 국내 업체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무선LAN 시장에서 삼성전기와 수위를 다투고 있는 어바이어코리아의 관계자는 “2.3㎓ 시장이 쉽게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미국 본사에 한국시장만을 위해 2.3㎓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시스코 관계자도 “2.3㎓ 시장 전망을 밝게 보지는 않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본사측과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호재가 뜬구름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산업체간에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차피 국내 시장만을 위한 기술이라면 국산 업체끼리 공동개발 작업을 벌이거나 제품을 공동구매하는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간의 협력을 통해 원가절감은 물론 제품 성능 향상을 통해 우리의 표준을 세계시장으로 역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업체간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