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요·소니·마쓰시타 등 일본 업체들에 의해 주도돼온 2차전지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이 서서히 비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7억여개로 추정되는 리튬계 2차전지 시장을 놓고 한일간 또 한차례 맞대결이 예상된다.
더욱이 2차전지는 일본이 IT 및 관련 부품 중에서 세계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대표적인 핵심 분야로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본격 수출에 나서는 한국 업체들과의 경쟁 결과가 주목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LG화학 등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은 올들어 수율이 90%를 넘어서면서 미국·유럽 등의 모바일기기 업체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지난해까지 삼성전자·LG전자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한 로컬 수출에 주력했으나 올들어서는 직수출 비중을 크게 확대, 올해 말이나 내년엔 일본 업체들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대표 김순택)는 컴팩·HP·팜 등 미국 노트북PC 및 PDA 업체들과 대만 심플로 등 노트북PC 업체를 통한 공격적인 직수출에 나서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매출 대비 직수출 비중이 40%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 증가한 것이다.
삼성측은 “최대 2차전지 시장인 이동전화단말기용도 계열사인 삼성전자 외에 모토로라에 대한 공급협상을 벌이고 있고 IBM과도 노트북PC용에 대한 직수출 방안을 타진하고 있어 연내 수출비중은 약 60%에 이를 것”이라며 “해외 업체들이 2차전지 구매처를 한국 업체로 다변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라고 밝혔다.
LG화학(대표 노기호)은 올들어 애플·모토로라·에릭슨 등 세계적인 노트북PC 및 이동전화단말기 업체들을 신규 거래처로 확보, 직수출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증가한 60%대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로컬을 포함한 이 회사의 수출비중은 85%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일본이 독식해온 2차전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이들 업체의 생산수율이 일본 수준인 90%대에 이르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SDI의 수율은 93%대로 이미 일본을 웃도는 상황이다. LG화학 역시 5월 말 현재 90%에 육박하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95%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저가공략에 경쟁할 수 있는 힘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삼성·LG 모두 현재 대대적인 설비증설에 착수, 앞으로 한국과 일본 2차전지 업체간의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세계 2차전지 시장은 이동전화단말기·PDA·노트북PC 등 전방 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약 6억500여만개, 리튬이온폴리머전지는 6300여만개 수요를 형성하는 등 작년 대비 각각 100% 이상의 고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