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Music]독특한 영화 2편

 후줄근한 40대 아저씨에 홀딱 반한 소녀와 수중발레를 하는 소년들.

 졸업을 앞둔 18세 청춘을 다룬 영화 치고는 상당히 독특한 소재로 구성된 영화 2편이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판타스틱 소녀백서(원제 고스트 월드)’와 ‘워터보이즈’. 두 영화 모두 신선도와 유쾌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제작자나 감독·배우 등 영화 구성의 면면이 기성영화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크럼’으로 선댄스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테리 지고프가 연출을 맡고 할리우드 최고의 괴짜 존 말코비치가 제작한 작품으로 타임·프리미어 등 2001년 전미 140개 유수 언론이 입을 모아 극찬한 화제작.

 ‘워터보이즈’는 일본 독립영화계의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감독 야구치 시노부의 작품. ‘제1회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해 우리나라에도 낯설지 않은 ‘아드레날린 드라이브’의 감독이기도 하다.

 우선 이 두 영화의 발상이 신선하다.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18살 맹랑소녀 이니드(도라 버치 분)가 별 볼일 없는 40대 순진남(스티브 부세미 분)에게 집적거리는 못말리는 애정 행각을 주요 골격으로 하고 있다.

 고교 졸업반 이니드와 레베카는 세상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로 똘똘 뭉친 소녀들. 남들은 졸업식이라고 들떠 있지만 미술과목에서 과락을 맞아 여름학기 수업을 재수강해야 하는 이니드는 만사가 심드렁하다. 집에서 독립하기 위해 스낵바에 취직한 이니드는 몸에 밴 삐딱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30분 만에 해고당한다. 이니드의 권태로운 삶에 한 줄기 희망으로 나타난 사람, 그는 우연히 ‘여자 구함’ 광고를 보고 만난 중년의 수집광 시모어다.

 늙수그레한 시모어와 취향이 딱 맞은 이니드는 점점 그와 가깝게 지내지만 찰떡우정을 자랑하던 레베카의 마음은 점점 멀어져간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의 불만 가득한 딸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도라 버치와 콘에어·파고·펄프픽션 등에서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보여준 스티브 부세미의 커플 연기가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남자 고등학생 수중발레단을 소재로 한 워터보이즈도 판타스틱 소녀백서 못잖게 참신발랄하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수중발레를 남고생이 한다는 것 자체가 슬그머니 웃음을 자아낸다. 거기에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 수중발레와는 달리 아슬아슬하면서도 대담한 동작과 신나는 춤으로 펼쳐지는 수중발레의 퍼포먼스는 초여름 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해체 위기에 몰린 유이노고등학교 수영부. 부원은 수영대회에 출전해 8명 중 8등을 하는 3학년 스즈키(스마부키 사토시) 단 한 명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모의 여교사 사쿠마 선생(마나베 가오리)이 수영부를 맡게 되자 수영부에는 단번에 30명의 지원자가 몰려든다. 그러나 그녀의 전공은 수영이 아닌 ‘수중발레’. 남학교에서도 수중발레가 가능할 거라 믿는 사쿠마 선생의 의욕적인 설명에 대부분의 학생은 기겁해 도망치고 스즈키를 포함한 5명만 얼떨결에 수영부에 남게 되면서 이들 워터보이즈팀의 기발한 수중발레 대작전이 시작된다.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21일, 워터보이즈는 7월 중순 개봉 예정.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