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브라운관(CRT)시장이 한국의 LG필립스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대만의 중화영관(CPT) 등 ‘빅3’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EC·소니·히타치·도시바 등 일본업체들이 2000년을 전후해 CRT시장에서 잇따라 사업을 철수 또는 축소한 데 힘입어 LG필립스디스플레이·삼성SDI·중화영관 등 세계 CRT 3사의 시장점유율이 2000년 54%에서 올해 안으로 62%를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한국과 세계 브라운관 생산의 한 축을 형성했던 일본이 가격경쟁력·기술력·마케팅력 등에서 뒤처지면서 컬러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사업을 계속 축소, 올해 일본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15%까지 곤두박질할 것으로 보여 향후 ‘3강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의 CRT 제조업체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전세계 32개 공장의 생산 및 마케팅 네트워크와 시장 요구에 적합한 제품을 출시,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통해 올해 시장점유율을 2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LG필립스는 특히 LG전자와 필립스라는 막강한 내부시장(captive market)과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생산량을 8500만개로 늘려 2006년 시장점유율을 CDT의 경우 37%, 컬러TV용 브라운관(CPT)은 29%까지 끌어올려 부동의 1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완전평면(플랫) 제품과 초대형 디지털 브라운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주력제품을 전환하고, 말레이시아·멕시코·브라질 등 세계 6개국 글로벌 생산거점을 활용하는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 올해 CRT부문의 시장점유율을 24%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는 2000년에 비해 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삼성은 특히 지난해 시장점유율 28%로 1위를 차지한 CDT 분야의 강세를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최대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해 시장지배력을 계속 높여 LG필립스와의 격차를 줄일 계획이다.
대만 최대의 디스플레이업체 중화영관도 전세계 PC 모니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계 업체라는 이점과 특유의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CDT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 올해 시장점유율을 11%대로 높여 톰슨·오리온전기·소니 등 중위권 업체와의 격차를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CRT가 액정표시장치(LCD)·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평판디스플레이(FPD)에 밀려 장기적으로 사양산업으로 분류돼 후발업체들의 신규투자에 한계가 많다”면서 “특히 한국·대만과 함께 CRT의 3대 축을 이뤘던 일본업체들의 구조조정과 사업철수가 잇따라 2∼3년 안에는 LG·삼성·중화영관 등 빅3의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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