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있어 2002 한일 월드컵이 즐겁다.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한국에서의 월드컵 경기. 누구나 직접 관전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이겠지만, 직접 관전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직접 관전하는 것 못지 않은 TV중계가 있기 때문이다.
KBS·MBC·SBS 등 지상파TV 3사의 월드컵 중계 경쟁은 축구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중복 중계 경기가 많아 이들의 시청률 싸움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지만 축구팬에게는 지상파TV 3사의 월드컵 중계 시청률 경쟁이 즐겁기만 하다. 각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유명 축구 해설가 모셔오기 경쟁을 비롯, 다양한 최첨단 방송서비스까지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축구팬들은 직접 경기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자기 취향에 맞는 중계 경기를 선택, 다양한 해설가들의 입담과 함께 생생한 화면을 즐길 수 있다.
또 붉은 악마의 응원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단연 길거리 응원에 나서는 것이 색다른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길거리 응원은 대형 화면과 함께 경기장에 버금가는 군중의 함성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월드컵의 색다른 경험 중 하나다.
◇가지각색 취향에 맞는 해설가를 찾아라=단연 화제는 SBS의 스타 축구 캐스터·해설 콤비 송재익·신문선이다. 매 경기 재미있는 어록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한 이들 콤비는 경기가 끝난 다음날에도 늘 화제에 오를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축구 캐스터·해설 콤비다. 4회 연속 월드컵 중계 경험이 있는 송재익 캐스터와 일반 시청자보다 더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신문선 해설위원은 여느 캐스터·해설 콤비보다도 호흡이 잘 맞는다. 특히 이들은 축구장의 열기를 가장 실감나게 전달하는 콤비로 꼽힌다. SBS는 이들 톱 콤비 외에도 거액을 투자,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에우제비오와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를 특별 해설가로 영입해 한국 경기에 투입하고 있다. 외국의 축구 영웅들이 평가하는 한국의 전술과 팀 수준 등을 경기와 함께 바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MBC는 이에 반해 보다 전문적인 축구 해설로 승부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축구스타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전면에 나서고, 아시아의 야생마로 이름을 날렸던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 그 뒤를 받친다. 캐스터는 임주완 아나운서를 주축으로 최창섭·이윤철·김창옥·김성주 아나운서가 맡는다. 임주완·차범근 콤비는 SBS의 활기차고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차분하고 전문적인 축구 해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현장의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 무대를 직접 경험한 차범근·김주성 해설가는 보다 설득력 있는 전문 해설로 축구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KBS도 서기철 캐스터의 차분한 진행과 허정무 해설위원의 해박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해설로 시청자에게 어필한다. 또 한국전 등의 특별 경기가 있을 때 특별 게스트를 초청해 재미를 더하는 것이 KBS의 큰 특징이다. 지난 프랑스-세네갈 경기에서는 축구광인 탤런트 최수종을 특별 게스트로 초청해 축구 전문가 못지 않은 그의 해설을 곁들여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국전에는 전 국가대표 고종수·서정원 선수 등을 초청한다.
◇최첨단 방송 서비스의 향연=이번 월드컵 중계는 선수들의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고선명(HD)TV 중계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느낄 수 있는 HDTV 중계는 시청자가 마치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와 함께 있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화면과 음향을 전달한다.
HDTV 중계는 총 64경기 중 46경기가 제작·방송된다. 이 중 한국과 일본이 각각 23경기씩 제작한다. 각 방송3사는 23경기 중 8경기씩 나눠 HDTV로 제작·방송하며, 일본에서 제작되는 23경기의 HDTV 중계도 각 방송사가 받아 중계한다.
HDTV 외에도 방송3사는 각각 차별화된 방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MBC는 해설가가 화면상에 그려진 선수 얼굴을 손가락으로 위치이동하면 자동적으로 화면상에 그대로 움직임이 나타나는 ‘사커 스크린’을 통해 각 팀의 공격과 수비형태, 전술 등을 설명한다. 이는 기존 작전판에 식상한 축구팬들에게 또다른 묘미를 전달하고 있다.
KBS는 매 경기 개별 선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실시간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실시한다. 선수의 신상정보, 동영상·이미지 자료, 월드컵 토막상식, 관전 포인트 등을 제공한다.
SBS는 ‘실시간 축구통계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움직임 등 경기의 모든 분석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각 경기 공격 주도율을 포함해 포지션별로 움직이는 선수들의 경기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여준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선보이는 이러한 최첨단 방송 서비스는 각 방송3사의 시청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 월드컵의 명물 ‘길거리 응원’=이번 월드컵에는 경기장에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대형 전광판을 통해 축구를 보며 붉은 악마의 응원에 동참할 수 있는 길거리 응원이 단연 압권이다. 외국인들에게도 화제가 되고 있는 길거리 응원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의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특히 붉은 악마가 직접 주최하는 광화문의 길거리 응원은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새로운 문화로 해외에 널리 소개되고 있다.
붉은 악마의 길거리 응원전은 한국과 미국전이 열리는 10일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한국과 포르투갈전이 열리는 14일 밤 7시 30분에서 10시 30분까지 광화문네거리에서 펼쳐진다.
온가족 또는 연인끼리 답답한 집이 아닌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축구열기를 느끼고 싶다면 길거리 응원에 동참해도 후회없을 것이다.
또 붉은 악마가 직접 주최하지는 않지만 서울 곳곳에서 길거리 응원이 펼쳐진다.
잠실야구장은 한국전 조별리그 3경기를 야구 전광판을 통해 중계하며, 마포구도 마포문화체육센터 광장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한국전 길거리 응원을 벌인다.
이밖에 SK텔레콤은 대학로 8차선 도로에서 600인치 초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응원전을 펼치며, 현대자동차도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 ‘월드컵 플라자’에서 한국전 경기 생중계와 함께 길거리 응원전을 벌인다.
지방에서는 부산역광장, 광주 상무시민공원, 제주 탑동광장,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 천안 야우리조각공원, 울산 체육공원, 수원 만석공원, 부천 중앙공원, 전주 덕진공원 등에서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진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