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온칩 시대>벤처가 이끈다

벤처붐이 한창이던 지난 98년 이후 국내에도 반도체를 제조하는 벤처기업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주문형반도체(ASIC)업체 또는 디자인하우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LG반도체 등 반도체 일관생산라인(팹)을 갖춘 대기업 일변도였던 국내 반도체산업계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다수 대기업 출신 엔지니어들인 벤처기업 CEO들은 제2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집결했고 MP3플레이어, CDMA이동전화단말기, 디지털비디오리코터(DVR), 위성방송수신기 등 국내 시스템과 연계된 비메모리 반도체 핵심부품 개발에 나섰다.

 5년이 지난 2002년. ASIC설계사협회(ADA·회장 정정)가 최근 내놓은 ‘2001년도 IT SoC산업동향 및 기업현황’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 벤처기업이 120여개에 이른다.

 수적인 성장세와 함께 반도체 벤처기업들의 그동안의 노력도 가시적인 열매로 나타나고 있다. CDMP3코덱칩, CMOS이미지센서, LCD구동IC(LDI) 등을 각각 개발한 MCS로직·픽셀플러스·리디스테크놀러지는 국내외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어 시스템에 탑재됐고 이에 힘입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도 생겨났다. 다믈멀티미디어·에이디칩스 등은 직접 개발한 원천기술을 해외에 라이선스하기도 했다.

 MPEG4 인코딩칩, WCDMA 모뎀칩, 실리콘게르마늄(SiGe) 고주파집적회로(MMIC) 등 이동통신 및 디지털 영상분야의 핵심부품 국산화도 활발해 국내 시스템업체들의 경쟁력 제고에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벤처기업이 퀄컴이나 자일링스, 비아 등 선두 팹리스업체처럼 안정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영세성. ADA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벤처들(모집단 70여개)의 39%가 종업원수 10∼20명에 머물고 있고 50명 이상의 규모를 갖춘 업체는 7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의 38.2%가 10억원 이하의 매출에 불과했으며 100억원이 넘는 회사도 전체의 14.6%에 그쳤다.

 또다른 과제는 해외 마케팅력의 부재. 설문조사에 응한 벤처기업의 64%가 국내 전시회에 단 한번도 참가한 적이 없고 52%는 해외 전시회 경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지난해 벤처들의 내수 매출비중이 88.7%로 수출 11.3%를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SoC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업체들과의 연계를 통한 상용제품 개발과 IP 유통 및 라이브러리 구축 등 인프라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안정적인 파운드리 서비스도 과제로 꼽혔다.

 본지가 이번 SoC 특집을 위해 업계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SoC 개발 어려움과 정책 제언’에 응답한 20개사 사장들은 △시스템업체들과의 긴밀한 연계 △글로벌 마케팅 체제 구축 △IP 및 라이브러리 미비 등을 SoC 개발의 어려움으로 꼽았으며 △SoC 산학연 공동 개발과제 발굴 △벤처 컨소시엄과 시스템 대기업간 네트워크 마련 △IP DB 구축 및 활성화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 및 미세공정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일부 CEO들은 정부 지원금의 집중화와 벤처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업체들간의 인수합병(M&A), 삼성전자·하이닉스 등과의 네트워크형 협력체계 구축 등을 제언하기도 했다.

 

 ◇인터뷰/ASIC설계사협회(ADA) 정정 회장

 “한국이 SoC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IP자원을 집중하고 벤처와 시스템업체간 컨소시엄 구성이 필수적입니다.”

 ASIC설계사협회(ADA) 정정 회장(49)은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SoC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적기에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갖춘 SoC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호환가능한 IP를 개발, 상호 교류하고 시스템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아이템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

 이를 위해 현재 특허청의 지원으로 운영중인 반도체설계자산연구센터(SIPAC)와 전자부품연구원(KETI)의 IPCoS에 등록된 IP 재활용을 위해 업체간 모델링팀을 공동 운영하고 IP 등록과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펼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60여개의 회원사들의 해외 진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중인 상하이·베이징 아이파크 입주를 추진하고 있는 그는 중국 선전 하이테크단지에 회원사들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세계 반도체설계업체 단체인 FSA와의 교류를 추진중인 정 회장은 외향 갖추기보다는 회원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협회의 내실을 기하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또 SIPAC와 오는 10월 ‘AP-SOC 2002’ 국제 콘퍼런스도 준비중이다.

 “SoC는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과제”라는 정 회장은 “산학연 개발과 해외 공동 마케팅 등 업체들간 협력 모델 개발에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