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컨버전스의 총아, 시스템온칩(SoC).’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메모리와 시스템LSI(비메모리), 아날로그 부품 등을 하나의 칩에 집적해 반도체가 곧 시스템이 되는 ‘시스템온칩(SoC)’ 시장을 놓고 선점경쟁에 돌입했다.
영상이동전화단말기(IMT2000), 외장저장장치 결합형 DVD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겸용 PDA, CDMP3 플레이어 등 디지털 복합기기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들 제품의 근간이 되는 SoC가 초소형·고집적·저가격·사용편의성의 특장점을 내세워 빠르게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SoC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가속화뿐만 아니라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뉘어지던 기존 반도체시장의 구도를 무너뜨리고 세력을 통합하는 시발점이 돼 반도체업체들의 생사를 건 한판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는 또 나노급 미세회로 공정기술 확보와 저유전 절연재료(low-k dielectric) 개발경쟁 등 새로운 경쟁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의 반도체업체 인텔은 퀄컴·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모토로라 등이 선점하고 있는 무선통신시장을 겨냥해 오는 3분기 WCDMA방식의 3세대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무선통신용 SoC를 내놓는다. 이 SoC는 인텔의 커뮤니케이션용 프로세서 기술 ‘엑스 스케일’을 기반으로 디지털신호처리기(DSP), 플래시메모리, WCDMA 베이스밴드 칩세트를 통합한 것으로 인텔의 지배력을 PC시장에서 무선통신시장으로 옮기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선 DSP시장의 거장 TI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TI는 DSP와 아날로그 집적회로,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칩세트를 개발하는 한편, 오는 2004년까지 모든 무선 및 광대역 네트워크 제품군을 SoC로 통합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최근 가진 연례 재정분석가회의를 통해 밝혔다.
퀄컴 역시 CDMA 칩세트 ‘모바일스테이션모뎀(MSM)’을 중심으로 고주파(RF)와 CPU 등을 자체 개발,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이를 통해 퀄컴은 모뎀칩뿐만 아니라 여타 이동통신단말기에 들어갈 수 있는 핵심부품을 퀄컴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SoC 개발에 10여년을 투입해온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다양한 IP기술 확보를 바탕으로 스마트카드·DVD·보안칩 등 디지털컨슈머 분야에서 SoC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플래시메모리 등을 통합해 무선통신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이다.
AMD는 최근 임베디드 프로세서업체 알캐미를 인수해 USB·LCD·이더넷 컨트롤러 등을 내장한 ‘AU1100’을 무선휴대기기용 SoC로 내놓았다. AMD는 현재 이 제품을 일본 모 업체와 웹패드 및 PDA를 개발, 양산 준비중이다.
내셔널세미컨덕터도 97년 사이트릭스를 인수, ‘지오드’를 중심으로 셋톱박스, 신클라이언트, 웹 패드 등 정보기기 분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모토로라는 GPRS, UMTS 규격을 지원하는 SoC ‘i.250’과 ‘i.300’을 내놓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고 LSI로직은 TSMC와 공동으로 90㎚급 SoC 공정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메모리 진영의 움직임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05년 SoC를 포함한 비메모리 분야에서 50억달러로 세계 5위에 진입하고 LDI·스마트카드칩·모바일 SoC 등을 중심으로 시장 1위 제품군도 2, 3종 이상 내놓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기술을 바탕으로 비메모리 기술을 결합한다는 계획 아래 최근 300여명의 SoC 개발인력을 모아 연구소를 개소했고 생산능력 및 공정기술을 확대하기 위해 온양 비메모리 전용공장 재추진 등도 검토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최근 비메모리 사업군을 ‘시스템IC컴퍼니’로 분리, 분사를 준비중이며 최근 SoC개발조직을 공정·설계·제품으로 3등분하고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메모리와 ARM CPU를 통합하는 모바일 SoC와 광저장장치 및 CDRW/DVD롬 신호처리용 SoC 등을 개발, 양산을 준비중이며 TSMC 표준 SoC 공정을 개발, 파운드리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동부전자·아남반도체·나리지온 등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도 SoC 및 고주파집적회로(MMIC)용 특화공정을 개발해 양산을 서두르고 있고 TSMC·UMC 등 선두업체들은 0.10μ이하의 나노급 공정 개발로 기술선도력을 높이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 반도체업계는 SoC전쟁에 돌입한 듯하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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