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

 지난해 봄이었다. 2002년 가을방영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로보랠리’의 파일럿제작을 막 끝내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저자에게 풀 3D애니메니션이면서 3D애니메이션 같지 않은, 제작형식에서 뿐만 아니라 방영형태에서도 차별화를 갖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금은 어려운 과제가 떨어졌다.

 이러한 과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로보랠리’팀의 박태동 감독, 이영운 감독, 3D팀을 맡고 있던 채종철 감독 그리고 최영 작가가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저자는 ‘엄지곰 곰지’에게 내 봄날을 내어주어야 했다.

 늦깎이에 결혼해 뒤늦게 얻은 딸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언제나 내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나는 내 딸이 자라서도 자랑스럽게 볼 수 있는 작품, 우리 아이들에게 멋진 상상력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 욕심에 생각을 같이 해주었던 박태동 감독, 이영운 감독, 채종철 감독 그리고 최영 작가가 선뜻 ‘엄지곰 곰지’의 선두 스태프로 합류하면서 ‘엄지곰 곰지’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모두 ‘곰지’처럼 우직하고 개성있는 사람들이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파스텔톤의 풀 3D 애니메이션 ‘엄지곰 곰지’는 5분물 스폿애니메이션 100편이라는 독특한 작품형식으로 KBS ‘TV유치원’을 통해 전파를 타고 있다. 그동안 나와 함께 한 동료들은 ‘엄지곰 곰지’를 매일 새롭게 만들어가는 원동력이자 ‘엄지곰 곰지’의 미래다.

 우선 ‘곰지’의 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박태동 감독은 기술이 중시되는 3D애니메이션 또한 제작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있는 감독으로, 이전 ‘가이스터즈’나 ‘로보랠리’에서 보여줬던 극사실적인 3D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동화적인 이야기구조와 파스텔톤의 따뜻한 3D애니메이션으로 ‘엄지곰 곰지’를 만들어왔다. 박 감독과 항상 콤비처럼 일해 오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온 이영운 감독 역시 특이하고 엽기적인 캐릭터보다는 평범하고 친근하면서도 개성이 있는 캐릭터 창조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곰지’를 창조하게 됐다.

 그리고 ‘곰지’에게 날마다 재미있고 기상천외한 일상을 만들어줘야 하는 작가로는 방송작가로 입문했지만 애니메이션계에는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최영 작가가 맡기로 하였다. 세상을 맑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곰지’ 성격에 딱 맞는 적임자였던 것이다.

 다음은 ‘곰지’처럼 부드럽고 뽀송뽀송한 분위기를 연출할 채종철 감독이었다. 주로 메카물이나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딱딱한 느낌의 작품들이 3D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느낌의 3D가 요구되는 ‘엄지곰 곰지’에 채종철 감독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스태프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엄지곰 곰지’는 5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엄지곰 곰지’의 탄생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것은 무엇보다 매일 아침마다 곰지와 함께 웃으며 하루를 시작해준 시청자들이었다. 유아들은 물론이고 청소년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의 사랑으로 ‘곰지’는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비록 ‘엄지곰 곰지’의 시작은 5명이라는 적은 수로 첫 발을 떼었지만, 몇 달 후면 막대사탕, 바나나군, 딸기양, 단지양과 함께 ‘돌(1년)상’을 받게 될 ‘곰지’를 위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스태프들이 철야와 야근을 기꺼이 감수하며 이 따뜻한 봄날을 보내고 있다.

 <심상명 에펙스디지털 이사 겸 감독 shim@fxdigi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