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PCB 시장에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시대가 만개한 가운데 폴리이미드(polyimide) 재질을 이용한 연성(플렉시블)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도 다층(멀티 레이어) 시대가 열리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연성 PCB업체들이 채산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기존의 양면 및 단면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4층 이상의 다층 연성 PCB 개발에 눈을 돌림에 따라 이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간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인터플렉스(대표 김한형)는 4층 연성 PCB를 양산하며 이 시장을 주도한 데 이어 최근엔 방산용·의료기기 등 특수 용도에 사용되는 6층 및 14층짜리 다층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해초 연성 PCB 시장에 신규 진출한 서광전자(대표 이희술)는 단면보다는 양면 또는 4층 위주의 연성 PCB 양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성 PCB 시장에서 후발 업체인 만큼 선발 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다층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연성 PCB 시장 진출을 모색중인 엑큐리스(대표 안희찬)는 단면 제품보다는 양면 양산에 주력하는 한편 액정표시장치(LCD)·이동통신단말기 등에 사용되는 4층 규모의 연성 PCB 시장에도 뛰어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말 양면 연성 PCB를 시작으로 이 시장에 참여한 코스모텍(대표 전우창)은 고가의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을 겨냥해 현재 4층짜리 연성 PCB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4층 제품의 양산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중순부터 4층짜리 연성 PCB를 생산하고 있는 영풍전자(대표 장병택)도 사업 고도화의 일환으로 6층짜리 제품을 최근 개발, 이동전화단말기·CD롬·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플레이어 등 다층 기판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연성 PCB업계가 이처럼 다층 기판 시장 선점에 주력하는 것은 양면이 단면보다 2.5배 높게 판매되는 등 다층 연성 PCB가 고부가가치 제품이기도 하지만 연성 PCB 기술력의 축적에 따른 자신감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등이 연성 PCB의 개발을 등한시한 탓에 설계 기술 축적이 쌓이는 시기가 MLB보다 다소 뒤처진 게 현실이었다”며 “그간의 노력으로 4층 이상의 연성 PCB를 설계하는 기술과 공법에 중소 업체들이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