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인프라가 바뀐다>NGN-모든 망을 하나로...통신 `대변혁`

 ‘차세대 네트워크(Next Generation Network)’ 시대가 열린다.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가 올들어 NG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액세스 게이트웨이와 소프트 스위치의 도입에 나선데 이어 최근 정보통신부가 유무선 통신망과 음성·데이터 통신망을 통합하는 차세대 융합 네트워크(NGcN:Next Generation convergence Network) 구축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함에 따라 국내 통신환경이 바야흐로 NGN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NGN은 전화망(PSTN)과 인터넷·비동기전송모드(ATM)·전용망·무선망 등 서로 다른 통신망을 하나의 공통된 망으로 구조를 단순화해 음성과 데이터를 통합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통신사업자들이 NGN시대에 대비해 준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정부차원의 지원과 표준화노력이 병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KT가 NGN 구축사업의 첫 단계로 액세스 게이트웨이의 도입을 위한 입찰과 소프트 스위치의 개발작업에 들어간데 이어 SK텔레콤과 하나로통신 등 다른 통신사업자들도 NGN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최근 내년부터 오는 2005년까지 1단계로 유선망과 무선망·회선망·패킷망을 상호 연동하고 오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2단계로 서비스 통합을 실현한 이후, 3단계 사업에 들어가는 2009년부터는 올 IP기반의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3단계 차세대 통합망 기본정책방향(안)을 마련, 통신사업자들의 NGN 구축사업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정부 및 통신사업자가 NGN 구축사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들어 통신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환경은 최근 수년간 음성위주에서 광대역·초고속 데이터 시장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지난 97년 이후 음성분야의 트래픽은 연간 5% 정도 성장하는 데 그친 반면 데이터부문은 300% 이상 성장세를 거듭해 조만간 데이터 트래픽이 음성 트래픽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기술 측면에서는 수백Tbps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광전송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교환기술도 유무선의 다양한 가입자망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고성능 패킷 교환기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가입자망 기술도 최근 수백Mbps급으로 진화하고 있다. 통신 이용환경도 유선과 무선이 통합중이며 방송과 통신도 융합 발전하고 있다. 서비스도 음성에 머무르지 않고 인터넷·멀티미디어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음성기반으로 설계된 통신망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할 수 없고 유무선통합,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통신망 구축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NGN은 다양한 유무선 통신망 및 음성·데이터 통신망을 통합해 음성과 데이터,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망으로 정부를 비롯해 KT 등 주요 통신사업자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2005년부터는 유무선망 및 회선망·패킷망의 연동운영이 가능해진다.

 또 2008년부터는 서비스가 통합돼 개방형 서비스 인터페이스가 제공되고 초고속 유무선인터넷서비스가 실시된다. 이와 함께 IPv6가 도입되며 유무선통합 이동 멀티미디어 서비스제공도 가능해진다.

 오는 2009년부터는 올IP 기반의 유무선 통합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단계가 되면 이동성 기능이 수용돼 신뢰성 높은 망관리가 가능해질 뿐 아니라 IPv6도 확산된다. 특히 유무선 모두 IP기반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실시간 유무선 통합서비스는 물론 초고속 유선망·이동단말기간 통합 액세스가 가능해 각종 콘텐츠 정보서비스의 통합화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처럼 정부와 KT 등 통신사업자들이 향후 통신시장을 겨냥해 NGN 구축사업에 본격 나섬에 따라 앞으로 최소한 수조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NGN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장비업체간 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우선 KT가 최근 NGN장비 가운데 하나인 액세스 게이트웨이의 도입을 위한 입찰에 들어가 장비업체들의 경쟁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액세스 게이트웨이는 음성처리만 가능한 기존 교환기와 달리 일반전화와 ADSL·전용회선 등 다양한 가입자를 하나의 플랫폼에 수용해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입자 접속장비다.

 KT의 액세스 게이트웨이 도입은 NGN 구축사업이 이미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은 중장기적으로 교환기를 비롯해 전송망과 백본망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는 유무선망 통합운영을 위해 소프트 스위치 등을 도입해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사업기간만 해도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예산규모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줄잡아 조단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KT의 액세스 게이트웨이 도입을 위한 입찰에는 LG전자와 삼성전자,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3개 업체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KT의 올 상반기 구매물량에 대해서는 LG전자가 장비공급권을 획득해 향후 경쟁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액세스 게이트웨이에 이어 주목받고 있는 NGN 장비는 모든 신호와 미디어를 제어하는 소프트 스위치로 KT와 하나로통신·SK텔레콤 등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이 소프트 스위치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이 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소프트 스위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은 액세스 게이트웨이보다 더욱 치열해 LG전자와 삼성전자·루슨트·에릭슨 등 기존 교환기 업체를 비롯해 시스코와 컴웍스 등 데이터 장비 업체들도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 밖에 제너시스템즈와 기산텔레콤·시스윌 등 국내 VoIP장비 업체들과 소너스·누에라·텔로스 등 중소 전문 소프트 스위치 업체들까지 가세해 치열한 장비공급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트렁크 게이트웨이와 IP폰 등 NGN 단말기는 NGN 구축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한 이후에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해 나갈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NGN은 IP 중심의 네트워크로 가입자 단말기에서 교환기까지 통신망 전체를 패킷 방식으로 구성하는 올IP망으로 이뤄지며 액세스 게이트웨이와 패킷 교환기인 소프트 스위치, 트렁크 게이트웨이 등이 주요 장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IPv6와 멀티프로토콜라벨스위칭(MPLS), IP QoS(서비스 품질보장) 등의 기술도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KT 등 통신사업자들이 막대한 투자비용 및 신기술 적용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통신환경에 대변화를 가져올 NGN 구축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시장경쟁이 날로 치열해짐에 따라 단일망에서 멀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통신망을 구축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운영비 절감과 수익증대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다.

 NGN은 하나의 망에서 음성과 데이터는 물론 영상을 동시에 수용하고 인터넷전화와 멀티미디어 메시징 등과 같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지원, 가입자에게는 진보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통신사업자에는 신규 수익사업의 기반을 제공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NGN 구축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까지 NGN은 기술적으로도 국제적 표준이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NGN에 필요한 핵심장비들도 모두 다 완전히 개발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NGN 구축사업에 나서고 있는 통신사업자들도 구체적으로 망구축 방안 및 장비도입 계획을 제대로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특히 NGN 구축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이 NGN을 기반으로 전개할 신규 서비스모델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구상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NGN을 기반으로한 확실한 서비스모델 및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통신사업자들이 막대한 돈과 노력을 NGN 구축사업에 쏟아부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GN 시대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무선통합으로 급변하는 통신환경이 NGN시대에 대비하지 않는 통신사업자 및 통신장비업체들에는 ‘퇴출’을 예고하기 있기 때문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