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파워콤 매각 입찰 데이콤-하나로 전략 비교

 한국전력의 파워콤 지분 매각 입찰일이 11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를 위한 컨소시엄간 경쟁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외견상으로는 데이콤컨소시엄과 하나로통신컨소시엄을 비롯해 두루넷·온세통신·칼라일 등 통신사업자와 외국계 투자사들이 입찰에 직접 참여할 것인지 혹은 컨소시엄 세력에 들어갈 것인지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데이콤컨소시엄과 하나로통신컨소시엄의 양자대결로 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막판 그랜드컨소시엄의 출현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SAIF·CDP 등 외국계 투자사와 컨소시엄을 맺은 데이콤은 일단 LG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고, AIG·EMP 등과 컨소시엄을 확정한 하나로통신 역시 문제가 되는 자금부문을 해결해 외견상의 걸림돌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최근 데이콤측은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파워콤 인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데이콤 경영전략실의 김선태 상무는 “데이콤은 파워콤 인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추후 하나로통신과의 합병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현재 하나로측에 파워콤 인수후 역할분담을 통해 통신시장 개편에 대비하자는 제안을 해놓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즉 파워콤의 인수는 LG그룹측의 의도며 LG그룹은 유선의 경우 데이콤·하나로·파워콤을, 무선의 경우 LG텔레콤을 앞세워 통신시장의 양강체제 개편에 앞장서겠다는 의미 이상이라는 것이다.

 데이콤은 특히 통신시장의 개편이 본격화되면 LG를 축으로 하는 제3세력의 부상이 필수적인데 이때 자연스럽게 하나로가 LG그룹 계열로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의 경우 파워콤의 망을 기반으로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등 가정용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데이콤은 기업용 시장을 잠식해들어가면 통신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하나로통신은 이에 대해 파워콤 인수는 이후의 시너지효과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그랜드컨소시엄을 가정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역할분담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합후 CEO의 자리나 망 운영권 등 최소한의 보장이 없는 한 통합논의 자체가 의미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결국 따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다만 논의 자체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하나로통신 경영전략실 이기승 상무는 “하나로가 파워콤을 인수하려는 것은 중복투자를 피하고 파워콤의 전용선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내전화 및 광가입자망을 보유한 하나로와 파워콤이 결합해야 KT와 대등한 경쟁력을 가진 유선통신시장의 2강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통신시장의 구조개편에 대비해서라도 파워콤의 전용선을 자사의 시내전화사업·초고속인터넷사업·전용회선사업 등 통신사업에 통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두 기업은 더 나아가 파워콤 인수의 당위성을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찾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이 상무는 “현실적으로 데이콤은 시내전화사업자가 아니므로 KT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전용회선사업 이외에는 당장 가시적인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용선도 현재 KT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임대사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나로의 경우는 KT의 80%에 달하는 7만8000㎞에 달하는 파워콤의 광케이블망을 확보하면 앞으로 수년간 2조∼3조원에 이르는 매출증대 효과와 투자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데이콤의 김 상무는 “하나로가 주장하는 시내전화사업의 경우 KT가 90% 이상을 점하고 있어 겨우 라이선스만을 갖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더구나 향후에는 ALL IP로 가는 만큼 더이상 시내전화사업 라이선스가 문제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데이콤 역시 파워콤을 인수하면 중복투자 방지효과가 있어 향후 5년간 1조원 이상의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이어 “현재 파워콤 전체 망수요의 30%를 데이콤과 LG텔레콤이 사용중인데 KT망 이용분까지 돌리면 파워콤 망 활용도는 자연스럽게 50% 정도로 높아질 것”이라며 “파워콤 망을 이용해 향후 케이블TV사업자의 망을 디지털로 업그레이드하는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등 신규사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기업은 여전히 제3세력이 연합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파워콤의 인수를 계기로 부상하게 될 향후 통신시장 구조개편의 와중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다 보니 너무 나가는 것이 문제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찰이 다가오는 다음주중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랜드컨소시엄이 뜰 경우 유찰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유찰 이후 수의계약 등 유리한 조건형성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