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인프라가 바뀐다>초고속인터넷-VDSL, ADSL "계보" 잇는다

‘초고속인터넷 열풍은 계속돼야 한다.’

 차세대 초고속인터넷 기술인 VDSL이 지난 90년대 후반 ADSL로 시작된 초고속인터넷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VDSL(Very-high-bit-rate Digital Subscriber Line)은 52Mbps의 하향 속도와 1.6Mbps의 상향 속도를 지원하는 기술로 선로거리는 짧지만 ADSL보다 더 높은 속도로 데이터를 비대칭 송수신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교환국으로부터 135km 거리에서는 13Mbps의 데이터 속도를 구현할 수 있으며 가입자가 60km거리에 있으면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진다. 만약 가입자가 30km지점 이내에 위치하면 전송속도는 다시 두 배로 빨라져 52Mbps 수준이 된다.

 VDSL은 이처럼 ADSL에 비해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고속의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적합하다.

 이러한 VDSL은 올들어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ADSL 가입자의 포화로 새로운 인터넷서비스의 출현이 요구되는 시점과 맞물려 장비업체와 통신사업자가 적극적인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가 사이버아파트 구축 프로젝트인 ‘엔토피아’의 일환으로 2만7000회선 규모의 VDSL 장비를 구매했으며 데이콤도 최근 6000회선 규모의 장비 공급업체를 선정, 본격적인 VDSL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하나로통신도 올초 시범 물량을 구매하는 등 시장이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해외도 예외는 아니어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VDSL의 수요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중 일본의 경우는 최근 VDSL이 차세대 초고속인터넷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어 가장 주목받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장비업체들의 VDSL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특히 VDSL 장비는 외국 업체들이 표준화 작업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아직 활발한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기가링크, 다산네트웍스, 코어세스, 텔슨정보통신 등이 국내 VDSL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했으며 해외시장에서도 잇따라 수출을 성사시키고 있다.

 하지만 VDSL 시장은 이같은 장밋빛 전망과 달리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장비업체들이 일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원가 수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장비가격이 빠른 폭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올초 폭락을 경험한 VDSL 장비 가격은 최근 KT와 데이콤이 실시한 입찰에서 다시 한차례 폭락을 거듭, 지난해 말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가격폭락 현상은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일본, 중국 등지에서 VDSL 수요가 늘면서 국내 업체들이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가격 폭락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현지 업체들이 계속해서 가격인하를 요구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국산 VDSL 장비업체 관계자는 “얼마전 중국 현지 업체와의 수출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에 터무니없는 가격대를 요구해 결국 수출이 좌절됐다”며 “최근 국내 시장의 가격 폭락으로 인해 해외영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최저가입찰 방식을 고집하는 통신사업자를 비난하기보다는 업체들 스스로 출혈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공멸이 아닌 ‘공생’을 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서비스 `DSL 패밀리`

 90년대 후반부터 식을 줄 모르는 초고속인터넷 열풍의 주역은 단연 xDSL(x-Digital Subscriber Line)이다. ADSL, SDSL, VDSL 등 ‘DSL 패밀리’는 국내 인터넷서비스 환경 진화의 일등공신이자 장비업계에는 ‘황금광’으로 각광받는 기술이다.

 xDSL은 지난 89년 기존의 전화선을 사용하여 동영상, 그래픽 등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이다. 기존 모뎀이 3.4㎑까지의 대역만을 이용하는데 반해 xDSL은 훨씬 넓은 주파수영역을 이용함으로써 전화선을 통해 수십Mbps에 이르는 전송속도를 구현한다.

 ◇ADSL(Asymmetric DSL)=비대칭형으로 불리는 ADSL은 상하향 전송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멀티미디어 위주의 인터넷 이용에 용이한 기술이다. 정보검색이나 VOD 같은 서비스의 경우는 가입자쪽으로 전달되는 하향 전송에 광대역을 할당하고 상향 전송시에는 제어신호만을 위한 적은 대역폭을 할당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인터넷 선진국으로 끌어올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으며 이제는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널리 보급된 기술이다.

 ◇HDSL(High-bit-rate DSL)=이 기술은 리피터(repeater) 장비 없이 두 개의 전화선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DSL의 초창기 기술로 양방향의 대역폭 크기가 같다. HDSL은 기업 내부 네트워크를 비롯해 전화회사와 고객 사이의 광대역 디지털 전송을 위해 주로 사용된다.

 ◇SDSL(Symmetric DSL)=SDSL은 사업용으로 적합한 HDSL과 달리 일반 가정용도로 개발된 기술이다. 이 기술은 교환국과 가입자 사이의 단일 전화선을 통하여 양방향 대칭·고속·가변속도 통신을 지원하며 단일 전화선을 가지고 있는 개별

가입자를 위한 시장에 적합하다.

 ◇VDSL(Very-high-bit-rate DSL)=ADSL과 SDSL의 차세대 주자로 불리는 VDSL은 점차 광통신망이 가입자단으로 내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FTTN(Fiber To The Neighborhood) 개념의 차세대 가입자망에서도 짧은 거리의 전화선을 이용해 13∼52Mbps의 전송속도를 구현하도록 고안된 기술이다. VDSL은 ADSL보다 전송기술이 간단하고 속도도 빨라 올들어 국내에서도 통신사업자들이 앞다퉈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통신사업자 VDSL 도입 서둘러 

 통신사업자들은 ADSL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차기사업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KT,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주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기존 ADSL에 대한 선행 투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VDSL로의 급속한 전환은 주저하면서도 가입자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VDSL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KT(대표 이상철)는 당분간 일부 전략적인 고객을 대상으로 VDSL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400만명에 이르는 기존 ADSL 가입자를 일시에 VDSL로 전환할 경우 투자비 회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규모 VDSL 도입은 아직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KT는 최근 엔토피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만7500회선 규모의 VDSL 장비를 구매하는 등 VDSL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중으로 본격적인 VDSL 구축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데이콤(대표 박운서)은 올해 최소 1만회선 규모의 VDSL 장비를 구입할 계획이며 VDSL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6000회선 장비를 구매한 이 회사는 곧 추가 물량에 대한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나로통신(대표 신윤식)은 아직 적극적인 VDSL 도입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언제든지 VDSL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이 보이면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올초 1000회선 규모의 VDSL 장비를 시범물량으로 구매한 바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