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업계의 화두는 역시 유무선통합이다.
유무선통합(fixed mobile convergence)은 언제 어디서나 유선과 무선에 상관없이 동일한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틀을 의미한다. 즉 초고속 인터넷에서 즐기던 서비스를 무선에서도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유무선통합은 유선과 무선의 이음새 없는 서비스다. 초고속 인터넷에서 제공되던 서비스가 무선에서도 그대로 제공되는 것이다. 메일이나 게임 등이 유선과 무선에서 동일하게 제공되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고정 IP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유무선통합이다.
◇유무선 대통합은 왜 일어나는가.=통신시장의 기술발전이 유무선의 경계를 없애고 사업자간 경쟁체제도 유선 대 유선, 무선 대 무선이 아닌 유무선 상호간 무한경쟁체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술·사업·영업·지역·국가간 모든 부문에서 유무선 고유영역이 붕괴되면서 후발사업자는 물론 선발사업자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무선호출·CT2 등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사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각국 정부는 그동안 유선과 무선으로 구분하던 통신서비스 영역을 하나로 묶으며 각종 규제제도를 완화하고 있다. 바로 유무선대통합은 이러한 세계시장의 기술발전에 따른 국내시장의 구조조정이라는 필요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은 기존 유선분야 산업기술을 바탕으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케이블산업 등의 발달이 그 주류를 이뤘다. 국내 1000만명이 넘는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 시대에 초기 모뎀에서부터 현재 ADSL·케이블시장에 이르기까지 유선 인터넷 시장은 그동안 급격히 성장해 왔다. 또 무선 인터넷으로는 이동전화·노트북 등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을 통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선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는 ADSL사업이 성공을 거둬 유선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이제는 초고속 멀티미디어 데이터 시대에 직면하게 됐다.
초고속 멀티미디어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유선과 무선은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력을 해야 하며 이에 따른 유무선통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무선통합의 현재=이미 유무선통합은 우리 일상생활에 알게 모르게 자리하고 있다.
유무선통합시대를 알려주는 대표적 서비스로는 개인번호서비스·단일단말서비스·통합음성사서함·통합메시징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기존 PCS(016·018·019) 이동통신서비스의 경우 유선의 음성서비스를 무선망을 통해서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무선의 경계를 무너뜨린 대표적인 사례다. 또 데이터 분야만 해도 인터넷 검색서비스나 유선상의 e메일서비스 등은 현재도 무선망을 경유해 접속할 수 있을 정도로 통합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KT의 네스팟(Nespot)이 유선을 기반으로 한 무선랜 서비스를 제공하고 SK텔레콤의 네이트(NATE), KTF의 매직엔(Magic N)서비스 등을 통해 PC 기반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이동전화·개인휴대단말기(PDA) 등으로 현재 유선과 무선이 통합된 서비스 구조로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유무선통합의 바람은 기존의 유선 중심의 솔루션에서 무선 솔루션이 확대적용되어 유무선이 통합된 솔루션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으며 기술·서비스를 포함한 업계 전체를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신기술 대부분은 유선과 무선에서 공동으로 사용되며 기존 오프라인 업무를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포함하고 있다. IMT2000, 무선랜, 블루투스, 무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들도 유무선통합을 전제로 한다. 기술부문에서는 유무선기술이 통합된 무선랜·블루투스·복합폰·지능형웹폰·PDA 등이, 서비스 부문에서는 유무선 통신서비스, 인터넷의 통합, 공동 마케팅 등이 등장하고 있다.
◇통신사들의 유무선통합 준비전략 =유무선통합시장에서 강자가 되기 위한 기간통신사업자들의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SK텔레콤· LG텔레콤·KTF 등 모두가 유무선통합서비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올 상반기에 유무선 복합포털 ‘네이트’를 기반으로 한 유무선 연동서비스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네티즌들에게 익숙한 종합서비스형 포털로 전면개편을 단행하고 수익모델을 갖추기 위해 전자복권, 모바일쿠폰 등의 모바일상거래(m커머스)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LG텔레콤은 이지아이(ez-I)서비스를 통해 무선인터넷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LG텔레콤은 이미 지난해 8월 하나로통신·데이콤·두루넷·파워콤과 포괄적 협력관계를 마련하고 마케팅·유통망·시설·기술·연구개발 등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MSN·야후코리아·하나넷·다음·천리안·하이텔·심마니·프리챌·나우누리·에어아이·신비로 등 11개 포털사이트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KTF는 올해중 KTF의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KT의 무선콘텐츠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11월 KT의 무선콘텐츠와 KTF의 상호 접속시스템간의 연동시험을 완료했으며 이달 말 시범 및 상용서비스를 위한 전국망 시험접속 및 서비스 검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KTF는 또 유무선 복합기술을 적용, 선후불카드서비스·착신전환서비스·가상사설망(VPN)서비스·평생번호서비스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유무선통합의 전망=KT를 필두로 SK그룹과 LG그룹, 후발통신사업자들이 올해 안으로 유무선통합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유무선대통합은 완결구조를 갖게 될 전망이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해에 이미 민영화에 대비해 21세기 국내 산업전반을 아우르는 거대한 사업계획을 작성했다. KT와 SK그룹은 통신서비스가 유선과 무선의 통합지능망 형태로 진화하며 이에 따라 국내 산업 전반의 IT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IT화가 가속화되면서 온라인 영역의 오프라인 확대가 일어나고 이에 따른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통신사업자가 노리는 유무선통합은 유선과 무선, 인터넷,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가정 및 회사, 이동중에 각종 서비스를 하나의 단말기로 받을 수 있는 일원적인 지능망 패키지 체계 구축으로 완결된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유무선을 통합할 수 있는 각종 기술·서비스·법제도·시장 확산을 위한 마케팅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유선과 무선의 고유영역이 파기되면서 사업자간 경쟁체제가 바뀐다. 유선사업자와 무선사업자 고유영역만으로는 사업이 힘들어 사업자들간 이합집산 현상이 예상된다. 유선사업자는 무선사업자에 콘텐츠를 주고 무선사업자는 무선사업자 망을 제공하게 된다. 사업자간 인수합병이나 콘텐츠 통합을 위한 합종연횡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 제공에서 솔루션 제공으로 변환한다는 점이 유무선통합의 가장 큰 변화로 지목된다. 음성과 데이터가 통합되면서 캐리어의 역할이 단순한 네트워크 제공에서 요금정산이나 보안 등 솔루션 제공형태로 확장돼 네트워크 범위가 넒어지고 서비스가 확대되면 사업자 역량이 솔루션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체들과 함께 유무선통합은 소비자들의 생활양상도 바꿔놓고 있다. 가정에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연계된 무선랜서비스, 인터넷, 원폰(one phone), 무선 DSL, 유무선통합 콘텐츠 플랫폼 구축, PDA의 보급이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유무선통합의 남은 숙제=이처럼 유무선통합시대는 이미 현실 앞에 바짝 다가서 있지만 유무선통합의 완전한 성숙을 위한 과제도 남아 있다.
유무선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연동 차원이 아닌 망 개방이 필요하다. 망 개방과 함께 유무선통합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들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도 뒷받침돼야 한다.
예전에 전화망은 유일한 망이어서 오픈 네트워크였으나 무선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무선통신이 주요 망이 됐고 무선망 개방이 필요하게 됐다. 무선망과 유선망간 개방이 완벽하게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무선통합 논의가 시작된 것은 그만큼 요구가 높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선과 무선이 각각 다르게 성장해 온 만큼 통합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유선산업과 무선산업은 발전속도가 다르다. KT ADSL은 시장점유율이 높다. 부분적으로 망이 개방됐지만 이미 엄청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반대로 무선은 초보적 단계로 콘텐츠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보는 서비스가 제한돼 있다. 무료의 유선환경에 익숙해진 사용자가 무선환경에서도 돈을 내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숙제로 남아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