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시험원 의료기기본부 방사기기팀장 김순창
전자의료기기는 환자에 직접 적용된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전자제품에 비해 매우 까다로운 시장 진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시장 진출 절차를 위해선 전자의료기기 관련 국내외 규격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본래 규격(standards)은 제품의 안전에 관한 최소한의 요구사항(minimal level of safety)을 규정함으로써 생산지가 다른 모든 제품 사이에 공평한 경쟁이 가능한 토양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설계를 포함한 제품의 생산에 있어 제조업체가 지켜야 할 합의문서다.
규격은 국내규격과 국제규격 그리고 타국가 및 특정지역의 규격 또는 독립기관의 규격으로 구분되고 있는데 규격 제정의 주체, 즉 해당규격을 제정하는 단체에 따라 적용범위와 제정활동이 다르고 제정된 규격이 강제적인가 아닌가에 따라서도 기술규정과 규격으로 구분된다.
기술규정(technical regulation)은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에서 고시로 공포하고 있는 기준규격처럼 자국내 유통제품의 품질보장,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소비자의 이익 및 환경보호를 위해 정부가 주체가 돼 제정·공포하는 강제적인 규정으로서 허가절차와 맞물려 제품의 특성과 공정·생산 등을 위한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규격은 국제 또는 국내에서 공인된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승인된 문서로서 제품 및 관련 공정과 생산방법의 규칙, 지침 또는 특성을 규정해 제품의 품질, 타제품과의 호환성, 사용자의 편의 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준수가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규격 제정의 예를 들면 범세계적 규격은 국제전기위원회(IEC)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유럽지역은 유럽표준화위원회(CEN)와 유럽전기위원회(CENELEC) 그리고 국내의 경우는 기술표준원에서 한국산업규격(KS)을 제정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의료기기에 대한 국제규격은 IEC와 ISO에서 제정·공포되고 있다. 이 중 IEC는 의료기기의 전기적·기계적 안전성 그리고 ISO는 의료기기의 생물학적 안전성과 품질시스템 등에 대한 규격을 제정해 공포하고 있다. IEC의 경우엔 분야별로 발행번호(publication number)를 지정해 규격을 공포하고 있다.
IEC규격에서 의료기기는 ‘의료용 전기기기(Medical Electrical Equipment)’로 표현되고 있으며 발행번호가 60601인 규격은 2002년 5월 현재 1개의 공통규격과 4개의 보조규격 그리고 47개의 개별규격과 1개의 성능규격이 제정된 상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규격에 대한 준수여부는 제조업체의 자발적인 선택사항이지 강제준수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제품의 구매자 또는 정부가 어떤 규격에 대한 만족을 요구하는 경우는 그 규격을 만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전자의료기기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제품의 인·허가시 IEC와 ISO에서 발행된 국제규격에 대한 준수를 필수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규격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은 국내외 시장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의료기기 생산업체의 국제규격 적용능력은 시장점유율 확대는 물론 신제품 개발 활성화에 있어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의료기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97년 407개이던 국내 업체수도 2001년 12월에는 881개로 2배 이상 증가하는등 양적인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초음파 영상진단기를 제외하고 전자의료기기의 대부분이 시장규모가 작은 동남아시아나 남미지역에 수출되고 있고 X선 진단장치의 경우 규격인증의 벽에 부딪혀 97년 798만5000달러이던 수출규모가 2000년에는 585만7000달러로 감소하고 있다. 수출 증대를 위해선 선진국 진출을 위한 국제규격에 대한 이해와 적용력 향상에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