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인간의 뇌를 모방해 만들어진 창조물이다. 하지만 컴퓨터는 계산 능력과 기억 능력만 갖추고 있을 뿐 상황을 파악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아주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때문에 인간의 뇌 정보처리 과정을 모방해 이를 컴퓨터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연구분야를 인지과학이라 부르며 인지과학은 인공지능 컴퓨터를 가능케 할 학문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도 수많은 인지과학 연구자가 있지만 연세대 심리학과 정찬섭 교수(54)는 인문과학자로서 이를 공학과 접목한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심리학과 공학을 접목시켜 인간의 인지 과정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 교수는 최근 사람의 망막과 뇌에서 시각 정보가 처리되는 원리를 이용, 조명이 달라져도 물체의 고유한 색을 인식 또는 복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람은 시각 정보를 빨강·초록·파랑의 삼원색이나 밝기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조명이 달라지거나 밝기가 변해도 변한 만큼 뇌에서 다른 색상을 인식하는 강도를 조절해 원래 어떤 색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이 같은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지금까지 △인간의 정보처리 원리에 근거한 한글 컴퓨터 체계의 분석 및 개발 △이중언어 정보처리 원리에 근거한 영어 학습 프로그램 개발 △표정·제스처에 의한 감성 측정 기술 및 DB 개발 △시각 속성 및 기본 지각 속성의 표상인지 모형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
이밖에 정 교수는 △시각 정보의 단계적 특징 추출 분석 △표정·제스처 DB 기반 감성인식 및 표현시스템 개발 △적응형 사이버에이전트의 복합지각처리 요소기술 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표정·제스처 DB 기반 감성인식 및 표현시스템’은 표정 해석용 헬멧을 쓰면 착용자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컴퓨터 캐릭터의 표정으로 만들어져 며칠에 걸쳐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하는 작업시간을 거의 제로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인지과학은 해외 이론 수용단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이론을 개발하자는 운동이 활발히 일고 있다”며 “국내 연구진도 인지과학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어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73년 서울대 심리학과 졸업 △82년 미국 아이오와대학 박사 △75∼78년 한국행동과학연구소 연구원 △84년∼현재 연세대학 교수 △97년∼현재 연세대학 인지과학연구소장 △99년∼현재 한국 가상현실협회 고문 △2001년∼현재 한국감성과학회 회장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