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서번트 리더십(The Servant Leadership)

 ◇서번트 리더십(The Servant Leadership) / 제임스 C. 헌터 지음/ 시대의창 펴냄

 

 월드컵 열기로 나라 전체가 후끈하다. 둥근 공의 위력에 눌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수를 뽑는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린 형국이지만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떠들썩한 축구와 정치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 뜨거운 계절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리더십’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한 집단의 리더를 뽑는 선거에서 후보들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겠지만 근자에는 월드컵 참가국의 경기 결과에 따라 ‘히딩크 리더십’을 비롯한 각국 축구팀 감독들의 리더십도 화제가 되고 있다.

 ‘서번트 리더십’은 일주일간의 교육 일정에 참가한 주인공이 세미나와 강의를 통해 리더십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활기찬 어조로 리더십의 특별한 재능을 요구하거나, 단호한 어조로 승자의 리더십과 패자의 리더십을 갈라내는 섣부른 시도는 찾아볼 수 없다.

 세미나를 주관하는 사람은 성공의 절정에서 홀연히 시골 수도원으로 잠적해 ‘시몬사제’가 된 전설적인 CEO 렌 호프먼이다. 세미나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무 것도 강요받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문제와 맞설 뿐이다.

 첫 날부터 주인공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첫 모임이 으레 그러하듯 참석자들은 각자 자기 소개와 참가 이유를 발표한다. 주인공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에만 신경이 곤두선 나머지 앞선 발표자의 이야기를 놓쳐 버린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왜 이 세미나에 참가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질문에 주인공은 ‘부끄럽지만,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몬사제’는 대답을 예상한 듯, 곧바로 세미나의 말머리를 풀어간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는 리더가 반드시 개발해야 할 중요한 기술입니다.’

 둘째날 강의는 낡은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관한 자유 토론으로 진행된다. 삶의 방식을 조율하는 일종의 심리적 유형, 의식의 지도라는 패러다임의 정의는 참석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나 현재 속해 있는 조직의 패러다임이 고여 있는 물인지, 흐르는 물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게 제시된다. ‘당신이 모시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고객’이라고 답했다면, 그리고 그 대답이 솔직한 것이라면 당신의 조직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상사’라는 답이 나온다면, 지금 당장 낡은 패러다임을 어떻게 고쳐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서번트 리더십’이 전하려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봉사와 헌신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의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랑과 리더십의 본질을 밝히는 네번째 세미나는 핵심을 이룬다. 사랑의 의미는 인내, 친절, 겸손, 존중, 정직 등이다. ‘시몬사제’는 참석자들에게 각각의 말뜻을 사전에서 직접 찾아보게끔 하는데 예를 들어 ‘존중: 타인을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것, 정직: 속이지 않는 것’이다.

 굳이 사전적 의미를 밝힐 필요가 없어 보이는 단어를 찾는 데 공을 들이게끔 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 낯익은 말들의 의미를 낯설게 만드는 수많은 사회적 질곡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존재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

 리더십이 사랑을 잃었을 때 그것은 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권력에 의존한 리더십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크고 작은 경험들이 가르쳐주는 바다. ‘서번트 리더십’은 권력이 아닌 권위에서 비롯되며, 권위는 스스로 내보이는 삶의 밑바탕을 투명하게 비추고 있다는 진리를 잊지 말라는 당부기도 하다.

 흔히 리더십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판단력, 위기관리능력, 업무수행능력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서번트 리더십’은 이 완고한 기준을 거부한다. 타인의 판단이나 외부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리더십을 흔들어 깨운다. 목소리는 나직하지만, ‘나’를 변하게 만드는 힘은 어떤 열변보다 강렬하다는 것이 이 책의 두드러진 매력이다.

 사물은 관리하는 것이지만, 사람은 리드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짧지만 아주 특별한 ‘일주일간의 여행’은 리더십의 진정성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정진욱 모닝365 사장 ceochung@morning36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