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업체의 명성을 놓칠 수 없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고부가성까지 확보하자.’(삼성전자)
‘50만대 수준에 불과한 1위와의 공급량 차이를 극복하면서 세계 1위로 도약하자.’(LG전자)
세계 전자레인지시장에서 총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간의 선두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전세계에서 전자레인지 가격이 해마다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가 채택하고 있는 ‘수익률 우선’ 전략과 ‘점유율 우위확보’ 전략이 재삼 관심거리다.
두 회사는 약 4000만대 규모로 추정되는 지난해 세계 전자레인지시장에서 각각 1000만대와 950만대 정도의 제품을 공급,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여기에 대우전자의 점유율 15%를 더하면 한국전자레인지 업체가 세계시장을 그야말로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LG전자가 세계 전자레인지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택한 전략은 수익률과 점유율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올해말 마케팅 전략의 성적표 역시 마케팅 방향만큼 주목을 끌게 뻔하다.
세계시장에 선보이는 전자레인지 가격은 30달러에서 500달러까지 다양하지만 고급형·보급형을 불문하고 해마다 제품별로 10달러씩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세계시장 점유율 25%(대수기준)로 1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들어 수익률 중심의 공급전략을 수립, 과감한 실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측은 “해마다 품질을 불문하고 10달러씩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될 수 있으면 50달러 미만의 제품에 대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공급요청을 거의 거절하고 있다”며 “그러나 1위자리를 넘겨줄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러시아·동남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의 수요를 확보하면 수익률도 높이고 시장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삼성측의 전략적 변화에 따른 대응방식이다.
이에 반해 LG전자는 세계 1위의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게 최상의 목표인 듯하다.
LG전자측은 “올해 1000만대 이상을 공급,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LG 역시 고부가형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동시에 중국공장의 보급형 제품 공급을 확대하면서 OEM 공급량도 최대한 소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50만대 수준의 제품을 공급해 세계시장 점유율 23% 정도를 기록하며 삼성에 뒤졌던 LG전자의 최대 목표는 수익률도 수익률이려니와 시장점유율 1위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측으로서는 삼성전자를 앞서는 수많은 가전제품 가운데 드물게 뒤지는 전자레인지 분야의 수위탈환이 지상과제일 수 있다.
최근 미국 모 회사에서 입찰한 보급형 제품 100만대 공급자선정 입찰에서 ‘남는 게 없다’며 이를 과감히 포기한 삼성과 세계 1위의 점유율로 일거에 시장우위를 확보하려는 LG전자의 전략적 차이가 극명해 보인다.
이들 업체의 전략적 선택에 대한 성패는 올 연말 결산보고서에서 ‘매출’과 ‘수익률’로 확연히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