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정통부와 통신사업자간 갈등이 단말기업계로 불똥이 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동전화단말기업체들은 정통부와 통신서비스사업자간 불투명한 표준화 정책으로 단말기에 무선인터넷플랫폼을 탑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단말기업계 관계자는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가 오히려 플랫폼 수를 늘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무선인터넷플랫폼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각종 오류를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단말기업계가 탑재해야 하는 무선인터넷플랫폼 수가 늘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기존에 사용해온 자사 플랫폼을 WIPI로 대체하지 않고 병행 사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무선인터넷플랫폼을 표준화한다는 방침아래 최근 WIPI라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통신사업자들에 이를 채택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들은 “플랫폼마다의 고유한 특성이 경쟁력의 주요한 원천인 데다 플랫폼이 급속히 개선,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실정을 무시한 플랫폼을 표준화하는 것은 무선인터넷산업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한다”고 주장, 자사 고유의 플랫폼을 고수하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올 하반기부터 자사 고유 플랫폼인 ‘위탑’을 채용한 제품과 WIPI를 채용한 제품으로 이원화할 계획이다. KTF와 LG텔레콤도 각각 기존 고유플랫폼인 브루와 자바를 계속 채용하고 대신 WIPI를 채택한 제품도 함께 공급할 계획이다.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의 이 같은 방침으로 단말기업계는 그동안 사업자마다 1개씩만 탑재하면 되던 플랫폼을 하반기부터는 두 개 이상씩 탑재해야 하는 실정이다.
단말기업계에서는 “자바를 제외한 플랫폼은 소스코드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탑재에 더 어려움이 크다”며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가 플랫폼 수만 늘려 단말기업체만 힘들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