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어바이어 이수현 사장

 △73년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77년 한국IBM 입사 △83년 IBM 아태지역그룹 파견 근무 △93년 한국IBM 네트워크사업본부장 △97년 한국디지털 네트워크사업본부장 △98년 컴팩코리아 영업총괄본부장 △99년 한국델컴퓨터 대표이사 △2000년 어바이어코리아 대표이사

 

 한국 월드컵대표팀의 감격적인 첫 승리로 온나라가 들썩거리는 지금, 대표선수들 못지않게 이번 월드컵을 위해 땀흘려온 사람이 있다.

 어바이어코리아의 이수현 사장(52). 월드컵이 개막되기 수개월 전부터 이 사장의 하루 일과는 모두 월드컵에 맞춰 짜여졌다.

 이 사장은 어바이어 본사가 이번 월드컵의 네트워크부문 공식후원사로 선정됨에 따라 한국내 월드컵 경기장, FIFA 본부, 국제미디어센터(IMC) 등의 통신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만사를 제쳐두고 월드컵에 매달렸다.

 물론 본사 차원에서 수많은 지원인력이 파견됐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한국지사의 역할이 가장 컸기 때문에 이 사장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사장이 월드컵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빴던 것은 비단 네트워크 구축 작업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사장은 ‘IT월드컵’으로도 불리는 이번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IT코리아의 위상을 알리는 한편 월드컵 공식후원사의 국내 지사장으로서 뭔가 해야겠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가졌다.

 “이번 월드컵의 공식후원사로서 월드컵 마케팅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뜻깊은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연초에 미국 본사로부터 월드컵 마케팅 프로그램을 준비해보자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단순히 마케팅 차원이 아닌 정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뭔가 색다른 것을 준비하려고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한국팀의 월드컵 사상 첫승과 16강 진출 여부에 쏠려있었기에 이를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며칠을 고심하던 중 마침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평소 즐겨보던 TV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어려운 가정을 찾아 복잡하고 좁은 집 안 내부를 살기 편하게 바꿔주는 한 방송프로그램을 보면서 감명받은 적이 많았는데 이번 월드컵과 관련해서도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마련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취지에 바탕을 두고 이 사장은 평소 정보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정보화 소외지역의 어린이들에게 21세기 IT월드컵의 현장을 보여주기 위한 ‘섬 어린이 IT월드컵 체험단’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다.

 한번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이를 실행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

 “어바이어 본사에서도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고 정부 관계부처는 물론 IT기업, 언론사로부터 많은 협조를 받을 수 있었기에 체험단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딱히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결국 이 사장은 각계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2박3일간의 ‘섬 어린이 IT월드컵 체험단’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뤄냈다.

 울릉도, 우도, 추자도, 가파도, 신시도, 욕지도, 화도 등에서 선발된 15명의 섬 어린이 IT체험단은 지난달 31일 서울 상암경기장을 찾아 월드컵 개막식 관람을 하며 전세계인들의 축제인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또한 2박3일 동안 어바이어 고객데모센터, LG사이언스홀 등을 방문, 최첨단 정보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나선 어린이들이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이 어바이어의 데모센터였는데 난생 처음보는 통신장비를 보며 신기해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VoIP 장비를 이용해 고향집의 엄마 목소리를 듣고는 좋아하던 아이의 환한 얼굴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별탈없이 행사를 마친 이 사장은 요즘은 이번 행사가 단지 체험단에 뽑혔던 15명만의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과 첨단 기술 시연장에서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앞으로 이러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한다는 또한번의 ‘의무감’이 들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생각은 이 사장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어서 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미 본사에서도 이번 행사에 크게 만족하며 차기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협조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바이어가 공식 후원하는 2003년 중국 여자월드컵을 비롯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이번 IT체험단 프로그램과 비슷한 행사를 마련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바이어코리아 차원에서도 관련 단체의 협조를 받아 이와 유사한 행사를 자주 마련할 생각입니다.”

 지난 77년 한국IBM에 입사, IT업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후 한국디지털, 컴팩코리아, 델컴퓨터코리아 등을 거쳐 지난 2년전 어바이어코리아에 합류한 이 사장은 이번 섬어린이 체험단 행사를 통해 다국적기업의 한국 지사장으로서 책임감을 새롭게 느끼게 됐다고 한다.

 단순히 글로벌기업의 현지 사업을 확대하는 지사장의 역할뿐 아니라 한국 IT산업 발전에도 일조하는 ‘IT 리더’의 역할도 수행해야한다는 생각에서다.

 “체험단 어린이들이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행사 기간 내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준 것 같아서 뿌듯했다”고 말하는 이 사장은 “이번 섬어린이 체험단 프로그램을 통해 생생한 IT세상을 체험한 정보화 소외지역의 어린이들이 21세기 ‘IT코리아’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대부분의 국내외기업들이 월드컵을 통한 마케팅 극대화에만 열을 올리는 가운데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손을 내민 이 사장의 뜻깊은 시도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