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온칩 시대>글로벌 인프라 구축 `속도전`

세계 반도체업계가 SoC 인프라 강화를 위해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

 SoC는 단일업체, 단일기술로만 구현될 수 없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업계는 경쟁사와의 제휴는 물론 시스템업체와 산·학·연의 공조를 통해 인력과 기술의 집적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미국·일본 등 반도체 및 IT시장에 초기 진입해 리딩하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개별 기업에서 SoC 연구소를 설립해 투자와 연구,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다. 반면 후발 진입한 국가들은 정부 및 산하기관, 대학 등이 나서서 SoC분야를 국책과제로 집중 육성하고 해외 업체들을 입주시켜 대규모 SoC산업단지를 만드는 추세다.

 SoC 산·학·연 공동 연구단지 ‘알바센터’로 잘 알려진 스코틀랜드는 부존자원의 부족을 극복하고 글로벌 IT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97년부터 SoC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스코틀랜드 리빙스턴에 위치한 알바센터는 세계 최초의 SLI대학원(Institute for System Level Integration), VCX(Virtual Component Exchange), 알바캠퍼스 등을 운영하고 해외기업 및 자본유치, 반도체 설계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및 신기술 연구개발(R&D), 교육정보 제공 등을 통해 입주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알바센터에는 탤리티(전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모토로라·NEC·테스트어드밴티지·엡손·시뮤테크 등 해외 업체들이 입주해 있으며 인디고비전·액시온·4i2I·날라테크 등 유망 벤처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설계자산(IP) 전문업체 ARM도 이곳에서 R&D센터를 운영 중이다.

 알바캠퍼스와 SLI대학원은 SoC 인재양성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SLI대학원은 SoC분야의 교육 및 트레이닝을 담당하고 알바캠퍼스는 다양한 성장 잠재력과 규모를 가진 기업들을 유치, 스코틀랜드 지역의 풍부한 엔지니어 인력을 연결해 적기에 SoC 개발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북유럽의 중심지 스웨덴에는 스웨덴투자청(ISA)이 설립한 ‘SoC웨어 클러스터’가 있다. 스웨덴은 에릭슨을 필두로 이동통신기술이 발전한 만큼 세계적인 업체들과의 기술교류를 추진할 수 있는 광범위한 무선통신분야 인력풀을 구성해 두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SoC웨어 클러스터 내에 디자인센터를 세우면 자체 인력은 물론 링쇼핑대학·룬트대학·스톡홀름왕립학교 등을 통한 기술지원은 물론 설립 첫해 운영비의 40%까지 부담하겠다는 실질적인 지원책도 마련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입주 업체들의 해외진출도 돕고 있다.

 전세계 3G 특허의 30% 이상을 갖고 있고 블루투스, 고주파(RF) 및 복합신호처리 기술, 내장형(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이 뛰어난 만큼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등의 기술로 국내 업체들과의 제휴도 추진 중이다. 이미 아트멜·비아와 같은 해외 반도체업체와 무선통신용 베이스밴드를 개발 중이고 에릭슨과 협력관계인 일본 소니와도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벨기에는 반도체설계자동화(EDA) 등 SoC 설계에 필수적인 방법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SoC 산·학·연 집적단지인 ‘아이멕’을 설립, 해외 반도체 및 시스템업체와 연계해 혁신적인 SoC 인프라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중화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만은 공업기술연구소(ITRI)를 중심으로 200여개의 ASIC 업체들과 SoC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형 대만 경제의 원동력이 됐던 ITRI는 각종 기술개발을 통한 인력양성의 산실로 이 인력들은 창업을 통해 대만 경제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대만은 기존 PC 주변기기 이외에 무선랜·CMOS이미지센서·DVD·셋톱박스·인터넷오디오 등 한국이 주력 중인 디지털 컨슈머 분야로 응용분야를 확대하고 SoC 개발에 착수했다. 정부의 지원 아래 타이난 과학단지에 ‘SoC파크’를 설립해 SoC설계, 나노기술,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2005년까지 20개의 신규 팹을 가동키로 한 중국은 두려운 존재다. 베이징·상하이·선전으로 이어지는 실리콘 밸트는 중국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92년에 설립된 상하이 푸동지구의 장지앙 하이테크 파크는 17개의 반도체 관련 R&D 연구기관들이 입주해 유수의 해외 업체들과 80여개가 넘는 SoC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450만달러를 투자받아 178개의 인큐베이팅 업체들의 홀로서기를 지원한다.

 베이징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산업 개발계획’을 통해 반도체 설계과 제조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베이징 북쪽 R&D 산업단지는 칭화대학과 베이징대학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연구소와 중국과학대학(Chinese Academy of Sciences)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센터를 중심으로 형성돼 창업과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은 차세대 SoC 반도체 설계를 위해 아수카·미라이 프로젝트를 산·학·연을 통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반도체산업전략추진회의’에서는 일본 반도체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SoC에 맞추고 NEC·도시바·히타치·미쓰비시·후지쯔 등 5개 주요 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차세대 반도체 공동 개발회사의 설립을 모색 중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