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국 1103개 업체가 참가한 22회 ‘컴퓨텍스 타이베이 2002’에서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흐름은 대만의 IT업계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IEEE1394로 한정됐던 테마관을 IA(Internet Appliance)·무선·보안·기술발전이란 주제를 더해 확장한 것은 분명 대만 IT산업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것은 무선을 이용한 각종 제품의 출현이었다. 무선 테마관에는 18개의 업체가 자리를 잡아 테마관 중 가장 많은 업체들이 참여했다. IA 테마관도 개인휴대단말기(PDA)·웹패드 등의 무선 정보기기들이 대거 전시되고 있어 사실상 무선 테마관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특히 대만 회사를 중심으로 무선랜을 지원하는 주기판, 메모리 모듈, 네트워크 장비들이 대거 등장해 각국 바이어의 관심을 끌었다. 전시된 제품은 대부분 802.11b 대역을 지원하는 제품이었다. 그러나 802.11a 대역을 지원하면서 54M의 속도가 가능한 신제품을 선보인 업체도 많았다. 젬텍테크놀로지·제트컴·글로벌선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인 회사. 이들은 802.11b와 802.11a를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밴드 모듈을 선보였다.
주기판을 주로 제작해온 아수스텍컴퓨터사와 메모리 모듈 제조사인 트윈MOS사 역시 무선 네크워크 카드와 노트북PC용 미니 PCI카드·AP·무선라우터 등을 전시했다. 터보컴·캐슬넷·디비텔 등의 광대역 장비 업체들도 무선 ADSL 라우터와 홈게이트웨이 제품, 무선케이블 모뎀 등을 선보이며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하듯 대만의 IT업계는 무선 통신산업의 성장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컴퓨텍스 주최측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IT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1년 대만 무선통신산업은 2000년에 비해 28.5%의 성장을 기록했다. 전체 통신산업에서 무선이 차지하는 비중도 36.8%로 성장한 상태다. 통신제품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이동전화단말기와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무선랜 등은 통신산업 전반의 구조변화를 이끄는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가 대만 IT업계의 지향점을 보여줬다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 것은 옥의 티였다. 신기술 소개나 최신제품 출품보다는 실질적인 계약 체결을 위해 영업에 주력하는 전통을 반영한 결과라고는 해도 세계적 IT전시회로서의 풍부함이 부족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타이베이(대만)=강구열기자 riva910@etnews.co.kr>